세월호 대참사 이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부정청탁수수 금지 및 이해충돌방지법안(가칭 김영란법)'주목받고 있다.

낙하산 퇴직관료의 비리와 대관유착 고리를 근절시킬 수 있는 조항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즉 부정한 청탁을 할 경우 대가성이 있든 없든 처벌하도록 명문화 돼 있다. 기존 형법에서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어야 뇌물공여죄로 처벌한다. 공무원이 금품 등 뇌물로 볼만한 사안인데도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 사례가 많은 게 우리 현실이다.

예를 들어 '스폰서검사'란 말이 유행하고 검사가 벤츠승용차를 받고도 대가성 입증 실패로 무죄로 풀려난 사례가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안이 시행됐더라면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혐의도 상당수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해운조합에서 해수부 공무원에게 선물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재판과정에서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무죄다.

그러나 청탁수수금지법안에 의하면 대가성에 관계없이 경중에 따라 과태료 부과나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이다.

또 이번에 해양수산부가 발주한 대부분의 용역은 해수부 관료들이 재취업한 산하기관에 몰려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부정청탁금지법안에 의하면 이는 부정한 청탁에 의한 직무수행으로 최고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게 된다. 공직자는 이해관계에 있는 직무를 수행하면 안 된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 해경은 세월호 사고를 낸 업체에서 7년 동안 근무한 해경의 국장에게 수사를 맡겼다.

이 법안을 적용하면 이해관계에 있는 업무를 회피해야 하는 의무를 어긴 것으로 당연히 처벌 대상이다.

이 같은 부정청탁 관행은 어찌 해수부 뿐이랴. 건설, 산업, 법조, 교육, 문화 등 다른 부문도 같은 잣대로 들이대면 낙하산 관료출신들의 비리행태는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뇌물 및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라 공직자가 공직수행 중에 정부외의 출처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최고 5년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독일은 공직자가 직무수행과 관련해 이익을 수수?요구하는 경우 대가성을 불문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

이제 여의도에서 잠자는 청탁수수금지법안이 시미의 제정되지 않으면 국민적 대성토가 국회로 번질 지도 모른다. 그나마 요즘 국회에서 이 법안을 심의할 기미가 조금 보이니 다행이다.

마지못해 흉내만 내는 법안심의가 아닌 진정으로 부패척결 의지를 단단히 갖고 속히 심의해서 제정하길 기대한다.

/김 덕 만 한국교통대 교수·前 국민권익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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