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자녀교육 논란이 뜨겁다.

그의 딸은 SNS를 통해 "우리 남매를 버린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자신의 자녀를 방치한 것과 교육자로서의 자격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루소와 고승덕]


재미있는 것은 근대적 교육론인 '에밀'의 저자로 전세계의 교육관에 큰 영향을 미친 프랑스 철학자 루소는 5명의 자녀를 모두 고아원에 버렸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 고아원은 영아들을 유기해 대부분 죽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루소가 알았다면 그는 간접적인 살인자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훗날 루소는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후회하는 글을 남겼다.

고승덕 후보가 자녀들에게 평생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하지만 루소와 고승덕 후보가 다른 점이 있다.

루소는 자녀를 버린 것만 잘못한 것이 아니다. 젊은 시절에는 으슥한 곳에서 자신의 엉덩이를 젊은 여성들에게 보이는 '바바리맨'이었고, 자신이 저지른 일을 하인에게 누명 씌우는 일도 저질렀다.

그리고 자신을 돌봐준 바랑부인과 근친상간과 같은 일도 벌였다. 우리가 루소의 이러한 잘못을 알게 된 것은 그가 스스로 적은 '고백록' 때문이다.

하지만 고승덕 후보의 문제는 그가 스스로 밝힌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폭로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도 평생 몰랐을 수도 있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마음]


루소는 '에밀'에서 아이들은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성인의 입장에서 주입하는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엄마가 아이에게 직접 젖을 먹이며 자연 속에서 기르는 과정의 중요함도 강조했다.

그의 책은 당시 유행하던 유모를 두던 관습을 바꾸어 귀부인들이 아이에게 젖을 먹일 만큼 파급 효과가 컸다.

비록 자신의 자녀는 제대로 기르지 못했지만, 자신의 실패가 다른 이들의 성공적인 삶을 위한 객관적인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루소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러려면 먼저 스스로 그것이 실패였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스스로 도덕적인 삶을 살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삶을 권했다.

자신의 실패를 통해 그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에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을 사회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은 바로 나약함이다. 나약함 때문에 사랑과 인정이 필요하고 우리의 덧없는 행복은 생겨난다."

루소는 온몸으로 인간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경험하면서 그 속에서 인간의 지성을 꽃피운 위인인 것이다.

우리는 고승덕 후보에게 어떤 모습을 기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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