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엘리엇(T. S. Eliot)의 '4월은 잔인한 달' 처럼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관련된 실무자의 책임의식 부재와 안전 불감증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비롯되는 트라우마와 갈등은 마치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서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잃어버린 세대의 망령이 우리사회에 부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갈등 관리능력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정치발전 정도와 비례]


정치발전의 척도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갈등 관리용량과 비례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회갈등을 통해 공론이 사회 전체에 빠르게 부각됨으로써 문제해결을 위한 여론 조성과 더불어 해결방안이 모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사회의 갈등 관리능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됐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정당 정치가 나름의 기득권만을 갈구하고 책임전가를 일삼으며, 사회적인 요구를 효율적으로 흡수하지 못한 채 정치는 정치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분리돼 발전해 왔다는 것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회는 분야별 고도의 다원화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정치는 큰 변화를 보이지 못함으로써 권력과 사회는 상호간 마찰을 피할 수가 없다.

특히 정치적 권력이 사회조직에 밀착돼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각 당의 권력구조는 더욱 경직화되고 집중돼 체제 방어적인 성향을 농후하게 드러내고 있음이 사실이다.

결국 우리사회의 갈등 관리능력의 부재는 아직도 잔존해 있는 권위주의적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경직성을 제일 커다란 요소로 들지 않을 수 없다.

배타적인 강제성만으로 갈등을 억제하려고 노력해 기득권한을 주장하고 소통을 단절시키는 행위들은 우리 사회의 어떠한 이질성이 용납되거나 전혀 수용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사회의 정치권력들은 깨달아야 한다.

예컨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건과 사고들을 돌이켜 볼 때, 사회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지 않고 그들의 입장을 변명 아닌 변명으로 표명하기에 급급할 뿐, 우리를 더욱 더 갈등 속에 몰아넣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지혜로운 정책]



사회의 갈등을 회피하고 은폐시키는 일들은 갈등을 더욱 더 음성화시키거나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의 제도화는 사회의 안정'이라는 자세가 진정한 갈등 해소방법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사회일정을 위협하는 행동과 이러한 행동을 견제하는 의사소통의 영역은 혼동돼서는 안 된다.

가끔씩 집단행동을 하면서 과잉통제의 불순한 의미를 선동하는 무리들이 있는데, 지나친 안정에 역점을 둔 나머지 갈등에 대한 획일적이고도 일방적인 탁상 행정만을 시도함으로써 졸속한 행동을 충동질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갈등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성의 있고 지혜로운 정책이야 말로 우리 사회의 갈등 관리능력을 배양하는 올바른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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