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있는 노인복지센터의 노인들은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곧 시행될 기초연금제도 때문이다. 노인들 대부분이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인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다는 연금이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만 65세 이상 70% 노인들에게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하는 기초연금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대통령은 선거 때 모든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했었다.

그 공약을 수정해서 지금의 기초연금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제도를 보면 뭔가 꼼수가 있어 보인다.

이 제도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 노인들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아니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 드리는 것만큼 생계비를 삭감한다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권자 노인들이 원숭이란 말인가? 이런 정부의 태도는 '조삼모사'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간교한 꾀로 남을 속일 때 하는 말이다. 기초생활수급권자 노인들은 소득 하위 70%에 속하기에 기초연금을 받는다. 그런데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되기 때문에 생계비에서 연금 액수만큼 삭감한다는 것이다.

돈의 출처는 다르지만 줬다가 뺏는 것이다. 참으로 치사하고 졸렬하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지급하다고 한다. 가난한 노인들에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권자 노인들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다.

스스로 생계를 책임질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기에 기초생활수급비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가난한 노인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지금 나와 만나는 노인들은 내게 하소연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노인들이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탈락했다. 그래서인지 이 노인들은 기초연금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부당하다고 소리를 낼 수 없다. 그나마 받는 것마저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제도 홍보에서 노인 공경과 희생에 대한 보답이 기초연금제도라 말한다. 정부는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노인들에게 공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제도로 보여줘라.

자신의 것 챙기지 못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또 자식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이 노인들이 아닌가? 이제 예산 타령은 그만하자. 예산을 더 확보할 수 없다면, 기존의 노인복지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그 일을 하려고 공직에 있는 것이 아닌가? 기초생활수급권자 노인들, 가난도 서러운데 원숭이 취급까지 받아야 하겠는가?

/최정묵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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