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충청대 교수)

얼마 전 서울에서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공통적인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모두들 고개가 앞으로 45도 굽혀져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예전처럼 지하철에서 책 읽는 승객을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SNS를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를 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가 1000만 명을 넘었고,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33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카카오톡을 이용해 SNS 활동을 하는 사람들 또한 얼마나 많을지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요즘은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밴드 열풍이 대단한 듯하다. 필자만 해도 밴드에서 초, 중, 고, 대학, 대학원에 가족 및 몇몇 동아리 밴드까지 각 밴드별로 올라오는 게시물을 보고 가끔 댓글이라도 달려면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다들 SNS를 통해 지인들 삶의 근황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요즘은 일부러 SNS 활동을 절제하는 움직임도 있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SNS에 자신의 신상에 대해 올리는 글들을 보면 대개 자신에게 일어난 일중 좋은 일, 자랑하고 싶은 일이 위주다.

생각해 보면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SNS에 글을 올릴 경황이 없을 터이다. 고급 식당에서 가족이나 지인들과 멋진 식사를 즐기는 사진, 국내·외 멋진 관광지를 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웃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찍은 사진,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중 좋은 일들로 축하를 받거나 '좋아요' 클릭을 받고 싶은 때다.

하지만 이러한 이벤트가 글을 올리는 당사자에게는 몇 년 만에 처음 가보는 여행이거나 일 년에 몇 번 밖에 일어나지 않는 행사라 할지라도 올라오는 게시물을 보는 지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지인들은 모두 항상 그렇게 행복한 모습으로 살기만 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만 초라해 보이고 상대적인 패배감에 우울감을 느끼거나 심하면 좌절감까지도 느끼게 된다.

스마트폰이 더욱 스마트해질수록 이를 사용하는 우리들은 점점 멍청해져 가는 것 같다.

필자도 언제부터인가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어지고 필요한 지식은 구글이나 네이버에 의지하게 되고, 머릿속은 점점 텅 비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의도적으로 페이스북, 카카오톡, 밴드 등 SNS로의 로그인을 점점 줄여 보려 하고 있다.

혹시 내가 올린 글이나 사진으로 인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지인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나 또한 지인들의 화려하고 자랑스러운 인생을 지켜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리라. 이제부터 조금씩 SNS단식을 실천하고 대신 그 시간을 운동과 취미생활, 독서에 집중해 볼까 한다.

나의 삶의 중심을 온라인 활동보다는 오프라인 활동으로 이동해 보고자 한다.

/심완보(충청대 교수)

▲ 심완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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