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때 묻지 않은 스님이 있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환하게 핀 연밭을 발견하고는 모처럼 보는 연꽃의 자태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향기를 흠뻑 들이마셨다. 그때 연밭에서 화신이 나타나더니 어찌 남의 향기를 훔치느냐고 나무랐다. 그는 분명 향기를 도둑질했고 스님이 지녀야 할 계율을 어긴 것이어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죄 지은 사람처럼 가만히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큰 낫을 들고 와서 연밭으로 저벅저벅 들어가더니 연을 사정없이 베어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것은 화신의 태도였다. 스님에게는 향기를 훔쳤다며 야단치던 그가 자기의 온 몸이 부서지는데도 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스님이 물었다. 나는 향기를 조금 맡았어도 나무라더니 어찌 연밭을 망가뜨려 놓고 가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가? 화신은 답하기를 스님은 맑고 고운 수행자여서 마치 흰 비단 천과도 같아 작은 잘못도 금방 흰 비단을 물들이고 더 큰 잘못으로 변할 수 있기에 그랬던 것이고, 저 사람은 이미 탁하고 더럽혀진 마음이라 그냥 두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훈계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치다. 학생은 마치 흰 비단 천과 같아서 교사가 가르치는 대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런데 미성숙한 이들은 늘 가만히 있질 않고 좌충우돌한다. 더구나 요즘은 흔들리는 가정에서 준비되지 않은 부모로부터 양육되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들은 남의 향기를 훔쳐도 그게 나쁜 일인 줄 모른다. 이것을 교사가 지적해 주지 않으면 그 언행이 굳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 잘못을 교사가 지적해 줘도 듣지 않는 것은 물론 심지어 질타까지 하고 있으니 참 난감한 일이다.

교사들의 명예퇴직이 급증하고 있다. 자금이 모자라 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다. 이들이 명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 현장의 몰상식한 상황 때문이다. 교사의 교육적 언행을 듣지 않고 조롱하며 폭행까지 하니 견디다 못해 떠나가는 것이다. 교육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가르치는 제자를 나무라면 교사가 더 많이 아프다. 사랑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 더 아픈 법이니까. 애정이 없으면 나무라지도 않는다.

당신은 지금,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그래도 당신은 행복하지 못하다./당신은 지금,/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다./그래도 당신은 행복하지 못하다./당신은 지금,/원하는 서핑을 할 수 있다./그래도 당신은 행복하지 못하다./당신은 지금,/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비록 그 모든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그래도 당신은 행복하지 못하다./그렇다면 당신의 행복은/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저기 저 멀리, 아주 먼 훗날에?/행복은 가장 가까운 데에 있다./너무나 가까워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곳./너무나 항상 함께여서/그것이 단 한 시도/함께라고 느끼지 못했던 곳. 전용석의 '아주 특별한 성공의 지혜' 중에서.

/이진영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

▲ 이진영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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