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8월 4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이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담화가 고노 담화다. 당시 고노 관방장관은 위안소는 당시 군(軍)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칟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관해 구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발표했으며, 일본군위안부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러한 고노 담화를 훼손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검증팀을 가동했고 고노 담화를 검증하겠다는 미명하에 자신들의 입장을 대폭 가미한 검증결과를 발표하려고 하고 있다.

검증결과의 주요 내용은 지난 고노 담화 발표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부 당국자가 물밑 논의를 거쳐 문구를 조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고노 담화는 일본의 자체적 조사와 판단을 기초로 일본 입장을 담아 발표한 문건으로, 타국과 조율이나 합의가 필요한 문건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고노 담화를 훼손하려는 일본의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일본은 1차 아베 내각 때인 지난 2007년 3월에도 정부 발견 자료 중 강제 연행을 보여주는 기술은 없었다고 하고, 2012년 8월에는 아베 총리가 재집권하면 미야자와·고노·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2014년 2월에도 아베 총리가 시기를 놓치지 말고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등 지속적으로 고노 담화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일본이 고노 담화의 발표 과정을 검증한다는 명목 하에 외교 당국과의 협의 내용까지 공개하는 것은 또 다른 외교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외교기록 문서는 30년 이상 공개하지 않는다는, 한국과 일본이 오랫동안 지켜온 원칙을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고노 담화를 훼손하려고 하는 것은 태평양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은 커녕 오히려 이를 주변국에게 책임 전가하려는 일본의 기본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위안부 문제, 독도영유권 문제,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과 결부돼 한국 국민들에게는 심각한 근심과 걱정을 불러올 수 있다. 향후 일본의 집권세력은 우익세력을 등에 업고 고노 담화 부정에서 나아가 과거사를 부정하려는 태도를 보일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원자폭탄 8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국제원자력기구보고에서 누락시켰다는 최근의 일본 언론 보도가 가벼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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