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라윤도(건양대 공연미디어학과 교수)

시끄럽던 대통령 선거도 끝나고 요즘은 온통 사방이 인수위 얘기 뿐이다. 아침에 신문을 펴들면 연일 새로운 정책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 있다. 정부 조직개편에 서서히 가닥이 잡혀가면서 총리 후보 등 요직 인선에 대한 하마평도 나돌고 있다.

각종 세금 인하에서 물가안정 방안들까지 엄청난 양의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많은 국민들이 인수위에서 새어나오는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一喜一悲)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인수위는 조금 더 신중해지고 조금 더 겸손해져야 한다. 특히 인수위원들은 해당 분야에 있어서는 당선인의 분신인 만큼 더욱 조심해야 한다. 행여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나 다음 자리를 염두에 두고 떠벌리는 사람이 있다면 가려내야 한다.

인수위 활동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았는 데도 벌써 국민들의 기대를 실망시키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유류세 인하, 통신료 인하 등등 서민생활 안정책이 입에서 입으로만 떠다닐 뿐 무엇하나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인수위는 현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국정방향을 설정하는 앞으로의 5년을 설계하는 매우 중요한 책무를 지고 있다. 현정부와 보다 진지하게 협의를 해야 하고, 그동안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은 신속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우선은 조용하게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위압적이거나 오만한 자세는 안된다. 당선인의 국민신뢰 쌓기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인수위원장이 몇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현되지도 못할 개인적인 소신들을 마구 이야기 하는 것은 국민들을 오히려 혼란의 늪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 전이나 후나 우선은 새대통령 당선인만 한 사람 나왔다 뿐이지 경제적 상황이나 주변 여건이 좋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유가가 더 뛰고 환율은 내려가는 등 국제적 환경은 더 악화되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갑자기 큰 선물보따리라도 들고 있는 양 큰소리를 쳐댄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간단히 생각하면 파이의 덩어리는 그대로 이고, 나누어 먹을 사람수도 똑같은데 갑자기 어떻게 더 큰 덩어리를 나누어 주겠다는 것인지 얼핏 납득이 가질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가운데서도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의 자율화가 크게 강조될 추세라는 것이다. 당선인이 누차 밝힌 바와 같이 친기업적 마인드는 기업의 자율화와 함께 경제정책의 성장기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학정책에 있어서의 자율화는 당선인이 이미 밝힌 바 있듯이 정부가 손을 떼고 대학들의 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언론에 있어서도 그동안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해온 신문법을 폐지할 것으로 밝혀 이른바 공룡언론의 출현도 가능할 듯하다.

얼핏 단편적으로 알려진 내용들만 모아보아도 새정부는 재벌기업이 활개를 치고, 대학정책은 수도권의 몇몇 대형 대학들이 좌지우지 하고, 언론기업은 서울의 대형 언론사들이 싹쓸이 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여기에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 추구도 더욱 어렵게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새정부가 시작되기도 전에 새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반감될 우려도 있다.

국민에 대해 당선인은 무한책임을 진다. 인수위원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도 당선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인수위원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태도로 임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변화와 개혁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공명정대하고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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