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가로등에서 무단으로 전기 연결
한전과 사전협의 전무… "요금 청구 예정"

▲ 통합 청주시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청주시가 도심 곳곳에 내건 2000개의 소망의 등(燈)이 '전기 도둑질'을 통해 불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청주대교에서 환하게 불을 밝힌 소망의 등에는 주민 바람과 개인적인 소망 등이 담겨져 있다. © 나봉덕

 


[충청일보 나봉덕기자]통합 청주시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충북 청주시가 도심 곳곳에 내건 '소원의 등(燈)'이 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청주시는 통합 청주시 축하와 발전 기원을 위해 지난 11일까지 주민들의 소망을 받아 청주시청~청주대교 구간에 소망의 등 2000개를 설치했다.

소망의 등에는 통합 청주시에 대한 주민 바람과 '키가 크고 싶다' '취업을 하고 싶다'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등 개인적인 소망이 담겨져 있다.

소망의 등은 매일 저녁 8~11시 사이 내부에 설치된 5W의 전구가 켜지면서 통합 청주시 출범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다. 도심 곳곳을 수놓은 소망의 등으로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

문제는 이 전구를 켜는 전력 사용에 있다. 청주시는 가로등을 뜯고 전선을 땄다. 전선은 전구와 스위치에 다시 연결돼 스위치를 켜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구조다.

소망의 등 같이 행사 때 사용되는 전력은 한국전력 기본공급약관 64조에 따라 임시 전력으로 구분된다.

임시전력 사용시 같은 약관 46조에 따라 한전에 임시 전력사용 신청을 내고 계량기를 설치해야 한다. 정확한 임시 전력량을 측정, 추가 발생한 전기 사용 요금을 정당하게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이런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전기 도둑질(도전·盜電)'을 한 셈이다.

통합 청주시 출범을 축하하기 위한 소망의 등이 위법으로 설치된 것이 드러나면서 출발부터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됐다.

한전은 청주시가 고의·악의적으로 계량기를 고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아 도전까지는 볼 수 없다고 하지만 사전 협의 없이 전력을 사용했다는 지적은 불가피하다.

취재가 시작되자, 청주시는 부랴부랴 한전과 추가 요금 발생 부분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시간에 사용된 계량기 수치와 비교하는 등 정확히 추가 요금을 측정해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2000개의 소망의 등이 설치된 구간은 전선이 지중화 돼 임시 전력사용에 어려움이 커 부득이하게 가로등 전선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