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행우문학회 회원] 지난달 17일 3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두려움과 설렘으로 어수선한 하루를 보냈다. 청주·청원 통합으로 인한 인사이동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2시에 발표를 한다더니 다음날 10시에나 한다고 메일이 왔다.

한참 전부터 준비해온 일이지만 시·군의 통합이다 보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닐 것이다. 마음이 심란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잠도 오지 않는다.

18일 아침이 밝았다. 10시가 조금 지나서 인사이동과 관련된 메일이 왔다. 전 직원이 한꺼번에 클릭을 하다 보니 잘 열리지 않는다. 드디어 3300명에 대한 인사폭풍이 일어났다. 105페이지나 되는 까만 글씨들이 직원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하고 있었다.

'축산과' 그곳에 내 이름이 있었다. 축산, 너무나 생소한 업무다. 그러나 어쩌랴! 생각지도 않은 부서로 발령이 난 사람이 나뿐만이 아닐테니 소속원 모두가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통합 청주시민의 손과 발이 돼 빠른 인수인계로 하루속히 안정을 취해야 할 것이다.

지난 1994년 1차 통합실패, 2005년 2차 통합실패, 2010년3차 실패, 2012년 6월27일 찬성34.72%,반대21%로 드디어 통합에 성공했다. 민간단체 통합을 담당하면서 많은 어려움도 겪었다. 서로간의 아집과 기득권의 주장으로 통합은 요원하기만 했었다. 끈질긴 만남과 설득으로 (사)한국예술문화단체연합회 청원지부의 6개 단체는 통합을 이뤘으나 문화원은 통합을 이루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인사에 따른 불만의 소리가 매일 신문에 보도되고 있고, 청주시 직원들은 청원군 직원들을 점령군이라고 까지 칭하고, 청원군 직원들은 청주시 직원들이 기피하는 부서에 배치됐다고 불만들이 많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모두가 충족할 수는 없겠지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볼멘소리에 불협화음이 걱정 된다.

청원군이 69년 만에 이름을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행정구역 상 통폐합이 된 것이지 그 땅, 그 주민이 어디로 가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화합해 상생해야 될 것이다.

지난 1995년 중원군과 충주시가 통합되고, 제원군이 제천시와 통합 됐을 때, 그곳에서도 직원들 간의 진통이 오랫동안 지속됐었다. 이미 두 시·군의 통합을 통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봐왔다.

모쪼록 통합으로 인한 많은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서로 배려하며 합리적인 사고로 임해 참다운 청주시민의 공복이 돼야할 것이다. 화활 화(和)자에 나와 있듯이 벼 즉, 쌀을 먹는 입과 합할 합(合)자에 보여지 듯 한 지붕아래 있는 그릇처럼 이제부터 한 식구다. 가족이 가족을 품듯이 서로 품어 안고 보다 나은 내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 청주·청원이 아닌 통합청주시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는 이제 한식구다. 식구(食口) 즉 밥을 함께 먹는 가족이란 뜻이다. 통합청주시의 시정목표가 '일등경제 으뜸청주'다. 간단하게 보이는 8글자이지만 이속에는 우리 모두의 비젼과 목표가 함축돼있다. 이 비젼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3000여명의 공직자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함을 힘줘 강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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