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만 하더라도 사거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도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존경과 겸손의 표시다. 선거가 끝나고 그 사람들이 광역 또는 기초 단체의 장이 됐고 의원들이 됐다. 그들은 고개 숙이던 모습을 언제까지 간직할지 의문이다. 나는 4년 전에도 아니 그 이전에도 사거리에서 똑같은 모습을 봤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었다. 내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간혹 주민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업적 하나 남기기 위한 것이었다. 민선 6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우리를 걱정스럽게 만든다.

단체장과 의원의 좋지 않은 감정 때문에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단체장과 의원의 정당이 달라서 일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말도 들린다. 떠도는 말처럼 개인의 감정이나 정당의 이익에 따라 일을 한다면 우리를 농락하는 것이다. 90도로 인사하면서 속으로는 욕망의 고개를 쳐들고 있었던 것이다. 기초단체장과 의원은 오로지 주민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여야 모두 기초단체의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 의미는 기초단체의 장과 의원은 정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민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던 것이 아닌가? 그들은 우리 앞에 고개 숙였다. 개인의 감정이나 정당을 떠나서 주민들을 제대로 섬기겠다고 몸으로 말한 것이다. 또한 그들은 우리 손을 잡으면서 정말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쌓인 감정의 보복을 위해서라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

자치단체장과 의원 선출에 의한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20년이 됐다. 성인이 된 것이다. 성인은 좀 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시기다. 또한 성인은 자신의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민선 6기를 시작하는 단체장과 의원들은 지방자치 성인으로서의 성숙함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민선 6기이기를 바란다. 한 달 전의 자신의 모습을 잊는다면 언제든지 그 자리에서 떠나 올 각오로 시작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오늘부터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볼 것이다. 한 달 전 사거리에서의 모습을 얼마나 간직하고 있는지. 20년이면 지방자치도 익을 만큼 익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기억하며 오직 주민들만 바라보는 민선 6기되기를 희망한다.

/최정묵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 최정묵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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