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메타바이오메드 상무이사

작은 교육원을 운영했었다. 예전 직장에서 큰 조직을 맡아도 봤고, 생애 처음으로 시작한 개인 사업이기도 해서 꿈이 컸다.

직업진로상담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가 자격증인 직업상담사 자격증도 땄으니 천안지역에서는 나만 한 전문가가 없을 거라는 자부심도 한몫했다.

공간은 내가 마련하고 두 명의 전문가와 함께 동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일을 겸업하며 손님처럼 드나들던 동지들은 일 년 만에 이 일을 포기했다.

교육원 바닥에 엎드려 청소하고, 노동부 직원에게 핀잔 들어가며 행정처리 하다가 눈물도 흘렸고, 건물 관리비도 건지지 못하는 달에는 대학에서 강의한 노임으로 부족분을 메꾸기도 했다. 그렇게 8년을 했다.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면서 꾸준히 강좌가 개설되고 대학 출강도 많아져서 직원을 뽑았다.

낮에는 대학에서 강의하거나 기업체 특강을 나가고, 교육원에서는 오전반도 개설하고 저녁반도 개설했다. 주말반도 만들어서 교육원 일정표가 빼곡하도록 연중 쉬는 일 없이 강의를 하게 됐다.

월, 화, 수, 목, 금, 금, 금 이었다. 이 정도면 연 매출 일억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강의는 내가 맡을 테니 매출증대 계획을 한번 수립해 보라고 요청했다. 단번에 거절당했다.

연 매출 일억을 달성하려면 최소한 월 8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예상돼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상황에 비춰본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육원을 운영해서 돈을 벌고 싶은 것 보다는, 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날만을 기다렸다. 혼자서 열 몫을 하며 시간을 쪼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결국은 두 명의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

그들 말을 빌리면 '망한 것'이다. 더는 수입을 창출하지 않는 직원들과 목표를 공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내 앉은 자리에서 싹이 나지 않는다고 영원히 열매를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리를 옮겨 좋은 토양을 찾아내면 될 일이다. 노동부 위탁 사업을 하는 취업 관련 회사의 대표자리 제안이 왔다.

말이 대표지 직원보다 나을 게 없는 회사였다. 경영이 악화된 회사였기에 나에게 떠밀려 온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또 하나의 의미를 만들었다.

심장이 벌떡이는 마음으로 이 회사를 열 배 이상 성장 시키겠다는 각오로 회사의 부채를 갚아 나가기 시작했다. 교육원 간판을 내리지 않은 채, 내 고단한 하루하루는 그 비전으로 힘을 받고 있었다. 지금, 나는 메타바이오메드의 상무가 됐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엄청난 풍경이 펼쳐진 듯,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이다. 일억이 목표였을 때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지금 내 곁에 없다. 그러나 나는 2030년에 5조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꿈을 믿는다. 내 꿈이 나를 여기로 데려다 줬다고 믿는다. 창창한 목표를 공유하는 좋은 동료들이 있는 이 회사가 앞으로 내 꿈의 무대가 될 것이다. 꿈과 함께여서 멀지않은 길이었다.

/유인순(메타바이오메드 상무이사)

▲유인순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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