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4월 26일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어제 대한상의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옛 서독의 경우 동독을 지원할 때 동독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며 "(북한에) 많이 주지도 않으면서 '퍼준다'고 이야기 한다면 받는 사람의 기분은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의 대북지원은 연간 4천억 원으로 국민 1인당으로 계산하면 1만원이 채 안 된다는 것이다. 지원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가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것인지, 이 장관의 그릇된 인식에 어이가 없다.

북한은 매양 우리에게 '인도적' '동포애적'이란 말로 '조건 없는 지원'을 요구해왔다. 늘 뭐 맡겨 놓은 것 찾아 가는 것처럼 고개 빧빧이 쳐들고 억지를 써왔다. 하지만 정부는 주기만 했을 뿐 얻은 것이 없다.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고 있는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있는가. 인권은 개선되고 있는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됐는가. 모두 아니다. 돌아온 것은 핵실험 아니었는가.

북한은 문서화한 약속도 일방적으로 어기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대로 항의 한번 한 적이 없다. 항의는 커녕 실재 존재하는 '국군 포로와 납북자'라는 표현도 쓰지 못하는 주제다.

북한의 핵실험 후에도 '자위용' 운운하며 북한의 입장을 변호하다시피 했다. 핵실험을 하고도 쌀을 달라, 비료를 달라 '당당하게 요구'하는 북한이다. 정작 자존심이 상하는 건 '주고도 뺨 맞는' 우리 국민들이다.

최근 드러난 일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법률상 북한의 행정기관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해마다 100억 원 이상의 운영비를 남북협력기금 대출 형식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국민 세금을 편법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대출금은 언제 갚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한 북한 노동단체는 정착 대표는 참석도 않으면서 남북 노동자대회 참가 조건으로 1억 원에 해당하는 미 달러화를 개성으로 직접 가져오라 했다고 한다. 이 장관에게 묻고 싶다. 누구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사우디아라비아 동포간담회에서 "(북한과) 친한 친구가 되고 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그렇게 돼가고 있는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