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극동대 외래교수, 문학박사)

화양구곡은 한국 제일의 '구곡(九曲)'이자, 한국 최고의 '문화산수'이다. 제 9곡 '巴串'의 독음은 통상 '파천'으로 불러왔다. 이에 지명형성원칙과 한국한자어 표기법에 의거하여 점검해보자.

지명과 마을이름은 그 대표적 특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고유명사이다. 대개 지명의 형성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①역사사실 ②역사유적, ③역사유물, ④인물, ⑤지형, ⑥특산물, ⑦전설, ⑧이상(理想)등이다. 위의 원칙에 해당되는 예를 괴산군 지명을 통해 알아본다. ①의 예로 불정면 삼방리가 있다. 조선 태조가 이곳에 은거하는 배극렴을 세 번 찾아왔다한다. ②의 예로, 문광면 유평리 장승백이가 해당된다. 장승을 세웠던 곳이다. ③의 예로, 문광면 탑골과 소수면 부처골이 있다. 탑이 있고 부처가 있다. ④의 예로 문광면 낙촌리 김석골이 있다. 1500년대 쓰여진 현존 최고의 육아일기'양아록'의 저자 이문건(1494~1567)의 처남 김석이 살았다. ⑤의 예로, 문광면 유평리의 사자봉과 방울미가 있다. 봉우리가 사자 얼굴과 방울 모양을 하고 있다. ⑥의 예로, 문광면 흑석리가 있다. 검은 석탄이 난다. 옛날의 당시에 특산품을 생산했다는 자취를 알 수 있는 지명으로 사리면 화산리 도촌이 있다. ⑦의 예로 사리면 이곡리 월현 '장자봉'이 있다. 장자 즉 부자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백번 올라 백번 앉으면 백만장자된다는 장자바위가 있다. ⑧의 예는, 청천면 운교리 연하구곡중 제1곡 탑암 정상부 쪽에 있는 '신선대'가 있다. 이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상향을 지명으로 삼은 것이다. 또 칠성면 사은리 연하구곡중 지금 수몰되어있는 연하동문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巴串'은 지명을 붙이는 몇 가지 원칙 중에 지형지세를 지명으로 삼는 경우에 해당된다. '곶'은 지명을 가리킬 때 쓰는 우리 한자음으로 '곶'으로 읽는 것이 통례이다. 지금 인천광역시 강화군 '갑곶리' '월곶리'가 그 예이다. 북한사회과학원 국역 고려사에는 '곳'으로 표기했다. 장산곶, 장기곶, 서울 성동구 행당동이 여기에 해당된다.

충북의 경우를 보자. 충주시 '금곶', 옥천군 안내면 所忽串이 있다. 위에 열거한 지명의 지형을 상상해보라. 정래교(1681~1757)의 시「巴串」, 정재문(1756~1819)의 '화양별곡'등 여러 문헌에, 巴串의 물굽이가 한글로 'ㄹ', 한자로 '기(己)' 또는 '파(巴)'자 모양으로 흘러, 巴串이라 명명했다고 서술했다. 위에서 보듯 지명으로 쓸 경우는 '곶'으로 읽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필자는 화양구곡 제 9곡 '巴串'은 '파곶'으로 읽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경북 문경시 석현산성이 있는 산중턱에 조성한 잔도(棧道)의 이름을 '串岬遷'으로 표기한다. 이때도 곶갑천(串岬遷)이라 발음해야한다. 천(遷)은 잔도(棧道)를 일컫는 우리의 방언이다. 잔도는 암벽의 표면을 쪼아내 사람이 통행할 수 있게 만든 길은 말한다. 괴산읍 제월리 일원에 설정된 고산구곡 제4곡 은병에 조성된 잔도가 충북 최장의 잔도이다.

/이상주 극동대 외래교수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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