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해 유조선과 해상크레인 예인선단이 모두 책임이 있다고 검찰이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 더 많은 과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 때문에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이나 배상규모는 결국 법원의 판결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럴 경우 기나긴 세월이 소용될이 뻔하다. 그렇지만 검찰이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최종 결론은 결국 법정에서 내려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만 다그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가뜩이나 늑장을 부리고 있는 피해주민 지원 대책이 더욱 지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충남도는 지난 21일에야 주민들의 생계를 위해 작년말 정부로부터 지원된 긴급 생계자금 300억원과 충남 공동모금회에 접수된 국민성금 158억원, 도 예비비 100억원 등 558억원을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태안 등에 지급키로 했다.

사고가 난 지 50일이 다 된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생계비 지원이 늦춰졌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피해복구와 생계대책을 위한 예산을 긴급 배정하고, 사후 구상권을 행사하는게 순서였을 것이다. 사고후 생계가 막연한 피해 어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이어졌지만 행정당국은 전혀 급할 일이 없다는 식이었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재난을 당한 주민들에게 긴급 생계비로 지원된 돈조차 서로 옥신각신 하면서 집행을 미뤘다니 법률적 배상을 받기 까지는 정말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할 것같다.

검찰의 법률적 판단을 핑계로 그 동안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삼성중공업측의 태도도 문제다.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사과가 법률적 책임 규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지만 사고 발생 47일 만의 사과 표명은 너무 심했다. 피해 주민들의 입장이나 처지를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이렇게 냉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지 못 한다면 국민들로 부터 외면을 받는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치권이 뒤늦게 나마 피해주민들에 대한 보상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하니 다행이다. 이 법안마저 지연되거나 사장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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