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우리가 중학교를 다닐때는 무조건 빡빡 머리였다. 지금 세대는 상상도 못하는 모습이다. 전교생이 모두 빡빡이었으니까 그게 자연스러웠는지도 모른다. 머리가 약간만 길어도 규율반 선배에게 끌려가 꿀밤을 맞고 머리를 잘렸다. 선생님이 단속하는게 아니라 규율반이 있어 이들이 교문에서 단속했다. 선생님 보다 규율반이 더 무서웠다.

고등학교 가서는 1학년때 까지 빡빡 머리였으나 2학년 부터 스포츠 머리가 가능했다. 군사 훈련인 교련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어느날 조회 시간에 교장 선생님이 스포츠머리까지 길러도 된다고 말했을때 교정안 가득히 퍼진 탄성과 환호의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듯 하다. 그만큼 머리를 조금 기르도록 하는 것은 당시로는 획기적인 완화 조치였다. 일반인도 장발이면 경찰이 단속하여 머리를 자르고 심지어 유치장에 하루씩 재우기도 할때이니까.

요즘 인테넷을 보면 종종 두발자유를 외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두발을 규제하는 학교가 꽤 많은 모양이다.지금 학생들이 요구하는 두발 자유는 개인에 따라 어떤 머리를 하든 상관하지 말라는 것으로 들린다. 기성세대의 생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단정하고 깔끔한 것이 보기도 좋고 학생다워 보이지 않을까.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칠때 연예인 처럼 머리가 치렁치렁하고 염색을 한 학생이 교실에 앉아 있다면 눈에 가시처럼 보일 것이다. 수업에도 지장을 줄 것이다.

학교마다 교칙이 다 다르다.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중고등학교는 머리의 길이가 문제이지 머리를 어느 정도 기르는 것을 규제하지는 않는 것 같다. 지나치게 짧게 자르는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대신 너무 긴것은 안된다는 뜻일 것이다.

학생은 학교 규칙에 따르는 것이 맞다. 물론 몇 센티 머리 길이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학교가 융통성이 없는 것이지만 학교가 정한 규칙을 잘 따르는 것이 학생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악법도 법이다' 라는 말이 있다. 잘못된 법, 즉 악법이라 하더라도 사회 질서를 위해 따르는 것은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일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의 교칙이 있다면 그것을 잘 지키는 것이 학생의 도리이다. 학칙을 바꿔달라고 시위를 하는 것도 학생들이 할일이 아니다. 시위를 했다고 교칙을 바꾸는 학교도 많지 않을 것이다.

두발 자유화를 건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학교가 그것을 용인하지 않으면 학생은 수용해야 한다. 학교가 정한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장차 사회에 나가서도 교통법규 등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법규에 잘 따르게 될것이다.

머리를 기르고 아니면 짧게 자르는 것이 대단한 문제는 아니다. 학생들이 학칙이나 교칙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마음에 안든다고 규칙을 어기면 사회가 엉망이 된다.

교통법규를 예로 들어 보자. 새벽 2~3시쯤 차량이 다니지 않는 곳에 빨간 신호등이 들어왔을때 운전자는 설마하고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침 다른 쪽에서 프른 신호등을 보고 달리는 차가 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것이다. 규범과 규칙은 그래서 지키는 것이다. 학칙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학생들이 두발자유를 외치는 것을 보면, 그래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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