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요즘 심기가 불편한 것 같다. 마치 참여정부가 알몸으로 심판대에 올라 꾸지람을 듣는 느낌일 것이다. 대선에서 드러났 듯 반노(反盧)정서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에 비춰 그 스산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최근 들어 부쩍 심란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섭섭함이야 당연히 많겠지만 임기 막바지의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미덕 중 하나는 '심기 관리'가 아닐까 싶다. 신 정부가 다소 결례를 하더라도 정권 교체기의 과도기적 현상쯤으로 이해하고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좋아 보인다.

참여 정부 5년은 끝없는 실험 무대였다. 그 과정에서 갈등과 번민도 적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시대의 흐름 속에 용해돼 지나쳐 간다. 남은 한 달은 정권 인계 작업으로 마감할 것이다. 이후 노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돌아가게 된다. 누구나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면 더할 길 없는 축복이다.

노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철학과 소신에 충돌하는 개편안에 서명하고수용할 수 있을지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유야 어떻든 조직 개편은 전적으로 새 정부의 몫이고 그 결과도 당연히 새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노 대통령이 서명한다고 해서 이를 노 대통령의 철학과 소신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 대통령은 단지 법적 절차의 과정에 놓여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재임 기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나름대로 진보 개혁을 꾸준히 추진한 의지력을 보였고, 친인척 비리로 사실상 국정을 중도 하차하는 전례도 피해갔다. 권위 상실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지만 탈 권위 문화 정착에 일조한 점도 있다.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후에 평가받을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려는 새 정부의 의욕적인 첫 작품인 점을 감안해 국회 논의를 거쳐 이관돼 올 경우 개편안을 과감히 수용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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