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혁 충북연극협회장. 공주영상대학 영화영상과 교수

이 윤 혁
충북연극협회장
공주영상대학 영화영상과 교수

2010년을 충북방문의 해로 정하고 외래 관광객 5,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충청북도가 도내 관광업계 대표 3백여 명과 함께 '충북관광 도약의 해' 선언식을 갖을 예정이다. 3월 한국관광총회와 6월 제3차 한?중?일 관광 장관 회담을 연이어 유치한 충청북도가 관광 활성화 의지를 다지기 위한 자리라고 한다.

2005년 62억불, 2006년 85억불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관광수지다.(한국관광공사 통계 ) 관광산업의 외화 가득률이 반도체 산업의 2배, 고용효과는 일반산업의 2배, it산업의 5배에 이른다고 하니 관광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충청북도의 의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보통 관광은 이국적 풍경과 자연을 보기 위한 것, 역사 유적물 탐방, 문화와 예술의 체험, 휴양과 레져 등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스나 이태리는 조상 덕에 먹고 사는 행복한 사람들이고 영국이나 프랑스는 약탈 문화재로 폼도 잡고 돈도 번다며 시기어린 궁시렁거림 않해 본 이 없을 터이지만 그런 유적과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고 보존한 그들의 안목이 부럽다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 외래 관광객 5,000만명 유치! 반드시 이루어 냅시다 " 수 백 명, 수 천 명이 백 번, 천 번 외친다고 해서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와서 보고 체험하고 즐길만한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짧은 소견으로 이 궁리, 저 궁리 해봐도 충청북도에 그럴 만한 자연적, 인위적 관광인프라가 없거나 절대 부족이다.

알프스, 태산, 황산, 하롱베이 같은 자연 풍경도 없고, 로마, 만리장성, 앙코르와트 같은 역사 유적물도 없다. 파리, 프라하, 비잔틴과 같은 도시 건축물도 없고, 세계화된 음식문화도, 차 문화도, 복식 문화도 없다. 뉴욕 필이나 베를린 필, 빈소년 합창단에 견줄만한 것도 없다. 에르미타쥬, 루브르, 대영 박물관과 같은 미술관, 박물관도 없다. 마린스키 극장도 없고 라스칼라도 없고, 코메디 프랑세즈도 없다. 유니버설스튜디오도 디즈니랜드도 민속촌도 없다. '난타'도 없고 '라이온 킹' '캣츠' '점프'도 없다.

미드 ( 미국드라마 )의 촬영지를 따라 가는 뉴욕 여행, '해리포터' 촬영지를 따라 가는 런던 여행, '로마의 휴일'을 따라가는 로마 관광, '황태자의 첫사랑'을 따라 하이델베르크에서 맥주 한 잔 마시는 낭만도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천혜의 관광 상품이라 할 자연 환경이 부족하고, 수 백 년 역사의 결과인 유적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자. 그러나 문화와 예술, 도시 환경, 테마파크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천 편 일률의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는 극복할 수 있다. 박물관, 미술관, 합창단, 교향악, 국악, 발레, 연극과 같은 예술문화와 음식과 주거와 복식 같은 생활문화도 극복할 수 있다. 요는 10년 뒤, 20년 뒤, 100년 뒤를 내다보는 계획과 투자와 시간이다.

기본적으로 디자인에 기반한 도시 환경의 개선, 충청북도를 대표하는 의,식,주의 발굴과 개량 그리고 충청북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공연예술상품 개발 등 소프트 파워 확보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기존의 직지축제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충주무술축제와 같은 대규모 축제가 국제적 인지도를 확보해 갈 수 있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덧붙여 세계비언어극페스티벌이나 충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드라마, 발레, 연극도 개발되어야 한다. 그런 와중에 어느 날인가 현실인 듯 꿈인 듯 다가올 수 있는 것이 내외 방문객 5,000만 명이라는 숫자다. 에딘버러가 그랬고 아비뇽이 그랬던 것 처럼.

충북관광발전종합대책이 본격적으로 마련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속에 이와 같은 문화,예술 컨텐츠 개발 프로그램들이 포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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