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회담의 연기와 개최라는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북핵 신고 지연을 이유로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북대화가 동결되고 북핵 문제는 북미 간 대결 양상으로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매우 걱정스럽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지난 22~23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산하 철도협력분과위 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남북이 일정에 합의했던 새해 첫 남북회담이무산됨에 따라 2월 말까지 개최 예정이던 다른 남북회담 및 현지조사 일정도 연기될 공산이 커졌다. 금강산에서 26∼27일 개최되는 '10·4 남북정상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새해맞이 행사도 남측 단독 행사로 치러진다.

그러나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 수송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군사실무회담은 북측이 먼저 요청했고, 대북 경공업 기술지원팀과 일부 민간 지원단체들은 평양에 들어갔다. 북한의 상반된 대응은 남한의 대북 정책이 핵 폐기와 지원을 연계한 상호주의로 바뀌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형 신규 사업에 매달리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챙길 수 있는 것은 챙기자는 계산인 듯하다.

미국에서는 '얼마나 북한에 대해 인내심을 보일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푸는 것이 최상의 해결책이라고 거듭 확인하고 있으나 강경파들은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신고 불이행을 놓고 대결적인 대북 접근을 강하게 주장한다. 북한에 대한 '선(先)핵 폐기' 요구는 미 대선 예비후보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온다. 미국의 누가 정권을 잡아도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 서울과 워싱턴의 정권이 바뀐다고 대북 요구사항이 달라질 것으로 북한이 오판해서는 안 된다. 시간은 무한정 기다려 주지 않고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나마 미국의 대북 협상파가 주도권을 쥐고 있을 때 핵신고를 빨리 마무리짓고 폐기 단계로나가는 것이 북한에 득이 될 것이다.남측은 북한의 핵신고를 유도하고 남북회담이 차질없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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