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한승수씨가 지명됐다. 총리 후보로 여러명이 물망에 올랐으나 일부는 고사하고 몇몇은 검증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 지명자를 비롯해 이원종 전 충북지사,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 3명이 최종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당선인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나 총리는 각자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총리가 임명되면 앞으로 세계 시장을 다니면서 자원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해야 할 역할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또 "총리가 보조 역할이 아니라 총리 자체의 독자 업무를 갖고 국내외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지명자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교수와 상공부장관, 주미 대사, 외교부장관, 경제부총리, 유엔총회 의장에다 3번 국회의원을 지냈다. 자원외교를 펼칠 글로벌 리더형 총리로서는 그만한 적임자를 찾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72세의 고령인 데다 과거 경력상의 일부 논란도 없지 않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혈연 관계, 연세대와 강원도 출신이라는 학교·지역 안배의 측면에서도 안성맞춤이다.

총리는 내각을 챙기고 각 부처간 이해가 엇갈리는 정책을 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우리의 국무총리사(史)는 영욕으로 얼룩져 있다. 서리를 제외하고 역대로 38명의 총리가 배출됐으나 대통령이 힘을 실어 주면 실세 총리였고 그렇지 않으면 간판 총리에 불과했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총리실 조직이 축소된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 국무조정실 폐지에 따라 국무 조정 기능이 상당 부분 청와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총리가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될 개연성도 있다.

한 총리 후보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특임 장관 2명을 거느리게 된다. 입법부와의 원활한 관계 설정이 총리의 중요 업무가 된다는 얘기다. 참여정부 내내 보았지만 입법부와의 마찰은 국정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대 국회 관계 정상화를 위해 한 지명자의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경제 살리기에 주력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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