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덕만ㆍ국가청렴위원회 공보관

▲김덕만ㆍ국가청렴위원회 공보관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유력 미디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 index of economic freedom)란 게 있다.

정부의 강제적인 규제나 제한이 얼마나 높고 낮느냐에 대한 평가지수로 제약이 적을 수록 경제자유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올해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세계 157개국 가운데 41위다. 지난해 36위보다 5계단 추락했다.

1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홍콩이 꼽혔다. 이어 싱가포르(2위), 아일랜드(3위), 호주(4위), 미국(5위)의 순위를 보였다. 또 뉴질랜드·캐나다·스위스·영국도 10위권에 랭크됐다.

이를 눈여겨 보면 경제자유도가 높은 국가들이 공히 청렴한 선진국이다. 위에 열거된 국가들은 국제투명성기구(ti)가 조사한 2007년 청렴도(cpi) 순위에서 20위권 이내다.

반면 한국의 청렴도는 43위로 경제자유지수처럼 40위권에 처져 있다. 세계경제 11위에 도약한 나라치곤 국가품격이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

한국이 이같이 뒤처진 것은 경제 자유도 산출항목인 개인 재산권 보호, 해당 국가 혹은 지역의 세율, 통화나 재정, 무역제도에 대한 정부의 개입 정도, 기업 활동의 자유도 등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달했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가(ceo)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부패 정도도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가경제와 부패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흔하다. 지난해 말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여러 평가항목 중 정책결정 투명성(34위)과 부패로 인한 공공자금 유용정도(26위)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하버드대 경제학과 상진 웨이 교수는 부패와 해외투자의 상관성 논문에서 국가부패지수를 10단계로 구분하고 한 단계 악화하면 외국인 투자기업의 세금 부담률을 7.53% 인상시키고,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6%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부패가 외국기업들의 국내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교훈을 던지고 있다.

한국이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청렴 선진국이 못되는 이유는 뭘까. 또 이를 극복하고 품격있는 청렴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대책은 없는가.

우선 강도 높은 반부패 청렴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새 정부는 정책 8대 아젠다 중 부패척결을 포함시켰다.

반부패 정책 총괄 조정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kicac)는 국가 예산을 쓰는 중앙 및 지방에 산재한 333개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청렴도를 측정했더니 공직기강이 아직도 느슨해져 있음이 요소요소에서 발견됐다.

인사업무와 관련 금품 및 향응 제공 이유를 물은 결과 '인사와 관련된 불이익을 막기 위해'가 응답자의 62.7%였고, 그 뒤에는 '관행상(17.6%)', '담당자의 요구(5.9%)' 순이었다.

또 예산집행에서는 위법부당 경험은 업무추진비의 목적외 사용이 49.8% 으로 가장 많았고, 초과근무수당의 과다 허위청구(35%0, 출장여비의 과다허위청구(22.3%) 순으로 드러났다.

기관별 청렴도도 발표되었는데 학교마당의 식자재·수학여행 부문의 부정부패가 여전했고, 이른바 인허가 공무를 다루는 법무 건설 식품위생 의료복지 부문의 관행적 비리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문제점을 찾아내 초강도 부패척결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둘째로 엄정한 법집행과 부패 처벌의 강화다. 새 정부는 '뇌물받으면 수수금액의 최고 50배를 벌금으로 물릴 것'을 검토 중이다.

사회 저변에는 중형자들에 대한 관대한 사면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식이 깊게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지자체 중 청렴도가 낮은 어느 시에는 뇌물을 받으면 직위해제하고 신고 주민에게는 신고금액의 10배를 주겠다는 극약처방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또 어떤 광역지자체는 시도 중 청렴도가 매년 최하위를 맴돌자 감사전문 인력을 대폭 보강하기도 했다. 뇌물을 받으면 패가망신할 정도로 비리유발 요인이 강한 분야에 대해 강력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정노력이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온정주의와 연고주의, 가족주의 문화가 강하다. 정에 약하고 서로 봐주기에 익숙해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만나자마자 고향을 묻고, 출신학교, 나이, 직장 등을 알아내 로비나 청탁에 접목시키는 게 우리 현실이다. 우리는 교통사고가 나거나 폭력사건이 터지면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하기보다 소위 힘있는 사람에 기대려 하지 않는가.

진정으로 공사(公私)가 구분되어야 한다. 지인은 지인으로 끝나야 하고 공인은 공인답게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s)을 피해야 한다. 진정한 선진국은 청렴한 국가를 건설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되고 품격있는 국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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