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 핸드볼대표팀이 베이징올림픽 본선 동반 진출에 성공했다.

남자핸드볼 대표팀은 30일 저녁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 재경기에서 '지일파' 콤비인 백원철(9골)과 이재우(4골.이상 다이도스틸)의 맹활약에 골키퍼 강일구의 빛나는 선방을 앞세워 일본을 28-25, 3점 차로 물리쳤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만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승리한 한국은 작년 9월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에서 열린 기존 예선에서 중동 심판의 노골적 편파판정의 덫에 걸려 놓쳤던 올림픽 본선 티켓을 되찾았다.

남자는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3회 연속 올림픽 진출.

특히 전날 여자대표팀에 이어 남자대표팀까지 일본을 꺾으며 한국 핸드볼은 실제 코트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이틀 연속 연출했다.

일본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아보려 애썼지만 기량 면에서 한 참 앞선 한국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1만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우렁찬 응원 함성 속에 시작된 경기는 한동안 팽팽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경기 시작 40초 만에 백원철의 선제득점이 터진 한국은 전반 4분 동점골을 허용하고, 1분 후 역전골까지 내줬다.

이재우가 곧바로 일본 수비벽을 돌파한 뒤 점프슛을 꽂아 넣어 균형을 맞춘 한국은 전반 17분까지 일본과 세 차례 동점을 주고받으며 접전을 벌였다.

팽팽하던 균형이 무너져 한국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건 전반 18분. 한국은 정수영(5골)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7-6으로 앞서 나간 데 이어 윤경민(2골)의 가로채기를 백원철이 이어받아 속공을 성공시키며 8-6, 2점 차 리드에 성공했다.

전반 25분에는 이태영(4골)의 왼쪽 측면 돌파로 13-9, 4점차까지 앞선 한국은 전반을 14-11, 석 점 차로 마쳤다.

물이 오른 한국은 후반 들어서도 골키퍼 강일구의 선방 속에 꾸준한 득점으로 계속 점수를 벌렸다.

후반 12분 20-17로 앞선 상황에서 정수영의 두 골에 이태영의 돌파까지 이어지며 순식간에 23-17, 6점 차까지 앞서나갔다.

이때부터 한국에 위기가 찾아왔다. 급해진 일본은 작전타임을 불렀고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한국이 8분여 동안 득점이 없을 동안 일본은 4골을 연달아 뽑으며 23-21까지 쫓아왔다.

6점 차까지 벌어졌을 때만 해도 잠잠했던 일본 응원단이 순식간에 요동치기 시작했지만 한국에는 '지일파' 백원철이 있었다.

백원철은 후반 25분 24-22에서 외곽포를 작렬시켰고, 2분 뒤 26-24에서도 페인트 동작에 이은 돌파 슈팅을 터뜨렸다.

백원철은 이에 그치지 않고 경기 종료 55초를 남기고 왼쪽 측면에서 돌파 슈팅까지 성공시키며 점수를 28-24로 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승리를 확정짓는 골이 터지자 벤치에 앉아 있던 김태훈 감독은 '히딩크 어퍼컷'을 날리며 환호했다.

일본에 마지막 한 골을 내준 뒤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한국 선수들은 얼싸안거나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조일현 핸드볼협회장을 헹가래 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선수들은 마지막으로 전날 여자 경기에 이어 이날까지 관중석에 운집해 4배 이상 많은 일본 응원단에 결코 꿇리지 않는 함성으로 힘을 실어준 2천여명의 '붉은 악마'에 감사의 인사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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