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재영 ㆍ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 김재영 ㆍ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도심의 무미건조함 속에서 그래도 뜰 앞에 핀 꽃들이 봄을 알리더니 연녹색 잎 들이 푸르러가고 있는데 밝고 희망찬 내일을 설계해야할 학생들은 교실에서 입시준비에만 몰두해야 하는 현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직업의 종류도 변화무쌍하다.

학교에서는 열의 있는 교사도 꽉 짜여진 시간표 때문에 학생들과 대화를 할 시간이 없다.

지난날 두 팔을 잃고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오순이 양은 4학년 때 담임교사의 권유로 그림을 공부하게 되어 대만에서 유학을 마치고 박사가 되어 돌아와 구족(口足)화가로 모교인 단국대학교의 겸임교수가 되었다.

선과선교(選科選校)

사람마다 저마다 소질이 다르고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다, 현직에서 교장으로 있을 때 선생님들께 학생들을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진로지도를 해주시도록 부탁드렸다.

초임교사시절에 성적이 저조한 김군은 교내체육대회가 열리면 육상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서 학급을 우승으로 이끌고, 정군은 소풍가는 날이면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오락시간을 이끌어갔다.

부모는 젊은 날 못 이룬 꿈을 자녀들을 통해서 대리만족 해서는 안 된다.

먼저 전공을 선택하고 나서 대학을 선택하는 선과선교(選科選校)가 되어야 한다. 한번뿐인 인생, 한번 잘못된 선택은 돌이키기 힘들다.

고르키는 '일이 즐거움이라면 인생은 낙원이요, 일이 의무라면 인생은 지옥'이라고 했다.

먼 훗날 직장에 출근하는 게 도살자에 끌려가는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스승과 제자, 끊을 수 없는 인연

직업은 적성과 능력을 고려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해서 보람 속에 살아갈 수 있도록 진로지도가 이루어 져야 한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학급담임을 하던 시절에 대화시간이 부족하여 조회시간에 '5분 훈화'에 힘썼다.

제자들 중에 '선생님 말씀을 좌우명으로 삼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서신을 보내오기도 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학과를 선택하여 오늘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는 제자도 있다.

사제삼세(師弟三世)라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전세 현세 내세로 이어지는 인연'이라고 하지 않는가.

초등학교 졸업 후 생활이 어려워 여러 직장을 전전하던 제자를 찾아가 독학을 통하여 전문직종의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안내하고 격려해 주신 오래 전에 신문에 소개된 초등학교 시절의 스승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끔 신문에 보면 고등학교별 서울대합격자 수에 따른 전국의 고교별 순위가 소개되기도 한다.

서울대에 많은 학생을 합격시켜 명문 고등학교로 인정받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세심 한 배려 속 이뤄져야

지난날 일부 선생님들이 학생들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무시한 채 명문고 합격생을 늘리기 위해서 성적과 적성을 무시한 채 상위권 대학이나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에 지원토록해서 낙방하여 재수를 하거나 합격 후에도 다시 재수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학생들을 진로지도 할 때 선생님들께서는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먼 훗날 제자들이 선생님 때문에 내 삶의 모습이 잘못되었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 속에 진로지도가 이루어 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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