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정이 쉬 식는다

뜨거운 정이 쉬 식는다
'갑자기 사랑 영 이별'이라는 말이 있듯이, 쉽게 타오른 정열은 쉽게 사그러진다. 마음으로 오래 다지지 않고 만나자마자 몸으로 타오른 정열은 이내 식어질 것이다. 처음에야 세 살 때 못 만난 것이 한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잠깐이다. 사내는 여자보다 권태를 쉽게 느낀다.

뜻만 맞으면 부처도 암군다
무슨 일을 하든지 우선 뜻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 '암군다'는 말은 흘레를 붙는다는 말인 데 부처를 암군다고 했을 때 지극한 신성모독일 수 있겠다. 그러나 속담이 범접하지 못할 데가 있으랴. 신성함을 회복하기 위한 신성모독이기에 아무리 속된 속담도 용인하시리라.

더위 먹은 소 여물 반가울 줄 모른다
병이 나서 어떤 일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비유하는 말. '같이 늙어가는 처지의 족질을 마치 반찬 먹다 들킨 강아지 다루듯 걸핏하면 부지깽이나 다름없는 험악한 말솜씨로 몰아세우곤 하는 아저씨였다. 그런 양반을 상대로 상의해야 할 일들이 익삼씨한테는 모두 버겁게만 느껴지는 것이라서 더위먹은 소가 여물 반가운 줄도 모르듯 그는 세상만사가 그저 심란스러울 뿐이었다.' (윤흥길의 '완장')

덜 무서워야 운다
아주 무서운 처지가 되면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 "덜 서러워야 눈물 난다고 했다. 아니, 덜 무서워야 운다고 했다. 사실 그들은 무서워서 못 울었던 것이다. 식구들이 '폭도 가족'이라고 죽임당했는데, 이번엔 자기 차례가 아닐까 하고 늘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그들이었다."(한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덤벙대기는 가을 부지깽이라
가을철에는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니 부지깽이도 덩달아 움직인다는 데서 나온 말로, 매우 덤벙댄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버스를 대절하여 내려온 솔밭사람들이 좌우로 몰려나와 덕담과 희롱의 말로 떠들썩했거니와, 바로 그 북새통에 궁둥이에서 비파 소리를 내고 발 탄 강아지, 가을 부지깽이처럼 덤벙대면서 폭죽을 터뜨린다."
(박범신의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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