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조동욱 충북과학대학 교수

이제 내일부터 설 연휴이다. 벌써부터 본가가서 가족, 친지들과 덕담하고 이야기꽃을 피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붕 떠진다. 그런데 아무리 설이 좋다 해도 요즘 설은 우리 어린 시절 설과 달라도 많이 다른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설 한 번 지내고 나면 명절 음식이 보통 보름은 갔는데 요즘은 큰 형수님께서 음식을 얼마나 적게 하시는지 그저 명절 먹을 분량밖에는 안 하시는 것 같다. 그래 그런지 본가가서 차례지내고 집에 올 때 음식을 싸주시지 않아 본가 가기 전에 우리 집도 미리 설음식을 만들어 놓고 간다. 하기사 차례 음식조차 맞춤식 구매를 하는 세상에 직접 음식 장만 하시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어린 시절 떡 방앗간에 사람들이 많아 방앗간 앞 만화방에서 만화 보며 우리 집 떡이 다 되면 집으로 뛰어 들어가며 떡 온다고 소리쳤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옛날 정겨웠던 설의 모습은 많이 없어지고 그저 신나는 연휴로 여기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이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하니 옛날 설날 초심의 모습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아 한편으론 마음이 씁쓸하다. 이런 분들은 차례도 해외에서 드릴 테니 차례상 받으려고 해외까지 날아가야 할 조상님들 혼령이 측은한 생각조차 든다.



초심, 열심, 뒷심



근래 읽은 글 중 마음에 와 닿는 글이 있어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첫째가 초심, 둘째는 열심 그리고 셋째가 뒷심이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초심인데 그 이유는 초심 속에 열심과 뒷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초심에서 열심이 나오고 초심을 잃지 않을 때 뒷심도 나오기 때문이다. 초심이란 처음 품는 마음이며, 첫사랑의 마음, 겸손한 마음, 순수한 마음, 배우는 마음이다. 우리가 무엇이 되고 무엇을 이루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고 한다. 이때부터 초심을 잃게 되며 교만이 들어가고 욕심이 들어가며 목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근래 10년만에 정권을 되찾은 한나라당이 인수위를 구성하여 아주 의욕적으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 같다. 열심히 일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을 섬기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초심을 잃지 말자



다음 총선을 앞두고 불협화음이 너무 시끄럽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는 한나라당이 벌써 초심을 잃고 교만, 욕심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 같다. 자기 계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공천 관련 잡음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우리들을 피곤하게 한다. 왜 유독 한나라당에만 자기 한 몸 바쳐 일하겠다는 애국자들이 이리 많이 몰리는지 한 편으로는 우리들이 참 불행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자기가 해야 할 본업까지 쳐 버리고 공천 받고자 뛰어다니며 줄 대기와 계파 싸움 하는 모습 속에 우리들의 마음은 어느 틈엔가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한다. 원래 뚝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구멍에서 시작한다. 민심이란 아주 작은 일에서 부터 한 순간에 바뀐다. 특히 국민들이 부담 갈 정도로 지지해 준 금번 대선이기에 더 더욱 그렇다. 이당선인의 당선 첫 마디가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는 말이었는데 그 한마디에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던 우리들이다. 설날의 초심을 잃어버리고 바깥으로 바깥으로 향하는 해외여행객으로 바글거린다는 인천공항 소식을 접하며 이명박정부만은 초심을 잃지 말아서 국민들의 마음이

바깥으로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잃어버린 10년의 세월을 보상해 주겠다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열심 그리고 뒷심은 그 다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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