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재발견] 6. 금속활자 만드는 법

토종벌집 찌꺼기 끓여 불순물 제거
거푸집 500∼600℃ 열 가해 구워야

'직지' 금속활자 주조 방법과 관련하여 전해지는 기록은 없다.

이와 관련하여 천혜봉교수는 사찰 재래의 불구(佛具) 제작 방식인 밀랍을 사용하여 직지 금속활자를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학설을 바탕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 금속활자장 오국진 선생님이 직지 금속활자를 사찰 재래의 방식인 밀랍주조방식으로 복원했다.밀랍주조 방법은 현재까지도 범종(梵鐘) 제작에 사용되고 있다.

고려시대 청주 흥덕사에서 '직지' 금속활자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글자본 정하기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의 글씨나, 기존에 인쇄된 책 중에서 글씨체가 좋은 글에서 크고 작은 글씨의 글자본을 정한다.

② 밀랍 정제하기
밀랍은 야외에서 채취한 토종벌집의 찌꺼기를 솥에 넣고 끓여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순수한 밀랍을 추출한다. 추출된 밀랍은 밀랍활자 제작과 금속활자를 조판할 때 접착제로 사용한다.

③ 밀랍활자(어미자) 만들기
가. 밀랍막대기 만들기
틀에 밀랍을 부어 활자 제작용 밀랍막대기를 만든다.

나. 글자본 붙이기
밀랍막대기에 선정된 글자본을 뒤집어 붙이고 약간의 열을 가한 인두로 문지르면 종이에 밀랍이 스며들며 뒷면으로 글씨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다. 글자 새기기
글자본이 붙은 밀랍이 단단하게 굳어지면 칼을 사용하여 글자를 새긴다. 글자를 새긴 후에는 밀랍활자 표면에 남아 있는 종이를 제거한다.

라. 밀랍활자(어미자) 다듬기 및 완성
밀랍막대기에 새긴 글자를 하나씩 낱개로 잘라내어 밀랍활자를 만든다. 그 다음 밀랍활자(어미자)에 양각된 글자의 획이나 굵기 등을 잘 다듬는다.

마. 밀랍활자(어미자) 가지쇠 만들기
밀랍봉(쇳물이 흘러가는 길)에 밀랍 활자(어미자)를 붙여 어미자 가지쇠를 만든다. 이때에 밀랍봉(쇳물이 흘러가는 길)의 무게는 붙여진 밀랍 활자의 무게를 합산한 것보다 3배 이상 무거워야 쇳물이 잘 들어간다.

④ 거푸집 만들기
가. 주물토(鑄物土)의 제작
자연산 황토를 채취하여, 체로 고운 황토 입자를 얻는다. 추출된 고운 황토에 물을 부은 후, 손으로 젓는다.

이때에 황토는 가라앉고 황토 안에 있는 점성(?性)은 물과 함께 표면에 뜬다. 물과 점성을 따라 낸 후, 깨끗한 물을 다시 붓는다.

이러한 과정을 5~10 여 차례 반복을 통하여 쇳물의 표면을 매끈하게 형성시키는 고운 입자의 황토를 얻는다. 이러한 과정을 "앙금 처리"라고 한다.

또한 고운 모래를 채취하여 불에 굽는다. 모래는 쇳물을 부울 때 생기는 가스를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생 모래를 사용할 경우 신축성으로 인하여 거푸집을 구울 때, 거푸집이 갈라지므로 모래를 불에 구워 사용한다.

나. 1차 거푸집(속 거푸집) 만들기
앙금 처리한 황토에 구운 모래를 7:3 정도의 비율로 섞는다.

섞은 주물토에 약간의 점토와 물을 뿌리고 반죽을 한다. 붓을 사용하여 반죽된 주물토를 밀랍봉과 어미자 가지에 바른다.

그런 다음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린다. 이 방법을 10∼20여 차례 반복하여 1차(속) 거푸집을 만든다.

다. 2차 거푸집(겉 거푸집) 만들기
황토와 구운 모래를 7:3으로 섞은 주물토에 태운 왕겨와 구운 굵은 모래를 섞어 겉주물토를 만든다. 섞은 주물토에 약간의 점토와 물을 뿌리고 반죽한다.

반죽된 겉 주물토(황토70%, 구운 모래29%, 왕겨 태운 재 1% 혼합물)를 1차(속) 거푸집에 발라 거푸집을 완성한다.

⑤ 밀랍활자(어미자) 녹여내기
거푸집이 잘 건조되면 쇳물을 붓기 위해 거푸집 안에 있는 밀랍을 잘 녹여 내야 한다. 거푸집에 500~600℃로 열을 가하여 거푸집을 굽는다.

이 때 밀랍 활자와 밀랍봉은 녹아 흘러내린다. 밀랍의 소성(燒成)과 거푸집의 완전한 건조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거푸집에 남아 있는 밀랍 찌꺼기 등과 같은 불순물로 인해 글자의 획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활자 표면에 기포(氣泡)가 형성되어 글자 형태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⑥ 쇳물 녹이기
쇳물의 주요재료는 구리 88~90%, 주석 10~12%, 인 0.3% 내외로 혼합한 청동으로, 이것을 도가니에 넣고 녹인다.

거푸집의 온도가 뜨거워야 공기가 차단되어 쇳물이 고루 잘 흘러가기 때문에 거푸집에 밀랍 활자와 밀랍봉이 빠진 직후 쇳물을 붓는다.

청동합금은 1,050∼1,100℃에서 용융점(鎔融點)이 형성된다.온도가 1,200℃이상 올라가면 마지막으로 도가니에 인청동을 넣어 순간적으로 온도를 높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쇳물의 에너지를 극대화 시킨 다음 거푸집에 쇳물을 주입한다.

이때 거푸집은 평평한 모래 위에 올려 놓고 쇳물이 흘러들어 갈 때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킨다.

⑦ 활자 다듬기
거푸집에 부은 쇳물이 식으면 단단해진 거푸집을 깨고 밀랍 모형과 똑같은 금속 모형을 분리해 낸다. 쇠톱이나 실톱을 사용하여 활자 하나하나를 잘라내고 쇠줄을 이용하여 활자의 면과 각면을 잘 다듬는다.

⑧ 활자 보관
완성된 활자는 한자(漢字)의 부수별 순서에 따라 보관함에 넣어둔다.

⑨ 조판하기
인쇄하고자 하는 내용대로 활자를 활자 보관함에서 꺼내어 인판에 배열·조판한다.

⑩ 인쇄하기
금속활자에 잘 묻는 기름먹(油煙墨)을 활자판에 바른 다음 한지에 인쇄한다.


<금속활자의 의미>

인류문화 발전에 공헌

인쇄술은 인류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 끝에 발명한 것으로 인류문화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에 인류는 책을 베끼는 방법으로 정보를 전달했다.

그러나 책을 베끼는 것은 그 과정에서 틀린 글자나 빠지는 글자 등이 많아 본문의 내용을 다르게 하는 단점이 있어 지식과 문화수준이 점차 발달하고 수요가 많아지면서 인쇄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인쇄술은 처음 목판 인쇄술에서 시작되었지만 책판을 만드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면서도 한 종류의 책만 펴낼수 없는 것이 큰 결점이었다.

더욱이 책판은 보관이 어려워 잘못하면 못쓰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 결과 새로 생각한 것이 활자인쇄술이었다.활자는 활판인쇄에 사용하기 위해 나무나 금속 등에 문자, 숫자, 기타 기호 등을 한자씩 조각 또는 녹여 부어 만드는 것이다.

활자인쇄술은 목판인쇄술에 비해 기술면에서는 활자를 만드는 것과 배열해 검사하는 것이 비교적 복잡했으나 활자나 활자판의 제작에 드는 재료, 수공, 시간과 비용 등이 비교적 절약되고 생산이 빨라 인쇄기술을 발전시켰다.

활자인쇄술은 한 벌의 활자를 만들기만 하면 오래 간직하고 필요한 서적을 수시로 찍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인쇄비용이 목판인쇄에 비해 적게 들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경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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