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5월 1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돼오던 인물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지난 1월 16일의 고건 전 총리에 이어 그가 두 번째다.

정 전 총장은 어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했지만 많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이번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그의 향후 행보와는 관계없이, 일단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학자적 양심을 지키려 했다는 판단에서다.

정 전 총장은 불출마 이유로 "소중하게 여겨온 원칙을 지키면서 동시에 정치세력화를 추진해 낼만한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현실 정치의 '어두운 벽'을 넘기에는 자신이 너무 '깨끗하다'는 고백으로 들린다.

사실 그에게는 현실 정치에서 그를 떠받쳐 줄 세력이 없었다. 조직과 정치자금이 없었다. 범여권에서는 대선 후보로 거론하며 손길을 뻗쳤지만 그에게 범여권은 넘어야 할 구세력의 하나일 뿐이었다.

참여할 명분이 없었다. 기존 정당과는 다른 새로운 결사체를 만들려고 했다. 주변에서는 기존 정치권과 연대하면 조직과 창당자금이 해결된다고 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학자 출신의 지식인으로서의 올바른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전 총장의 한 측근이 밝힌 불출마 이유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정 전 총장이 지식인으로서 몸가짐과 정치인으로서 몸가짐, 양자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 했으나 그 노력이 어렵게 됐다"고 했다. 정 전 총장이 불출마 이유로 능력부족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현실정치의 때를 묻히기 싫어서였을 것이라는 얘기인 셈이다.

물론 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정치에 참여하느니 안하느니' 하면서 우유부단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지율 2%는 한계로 여겨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장래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만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비판도 있었다 해서, "제2의 고건이 될 것"이라는 비아냥도 들렸다. 그러나 그는 상반기 중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다. 결단을 내린 것이다.박수를 보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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