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가칭)과 한나라당은 12일 대통령직 인수위가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교착상태에 빠진 책임을 놓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날 선 공방을 펼쳤다.

양당은 전날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위한 제4차 6자 협상을 가졌으나 미합의 쟁점인 해양수산부와 여성가족부, 농촌진흥청 존치 문제를 놓고 이견 절충에 실패했다.

통합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절충안을 내놓지 않은 채 무작정 '항복문서'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통합민주당이 4월 총선을 의식해 대안 없이 정략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

통합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관련, "현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한나라당이 하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전부 받아들이라며 우리가 사약을 받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 입장은 저쪽에서 시험지를 내놓으면 답안을 쓰겠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에서 진전된 절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우리는 통일부 존치, 국가인권위 독립기관화,금융감독원 권한과 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 기능조정 등 이미 많은 부분에서 양보했다"면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통합민주당의 해수부.여성부.농진청 존치 주장은 4월 총선을 의식한 정략적 의도"라면서 "협상이 안되면 13개 부처와 무임소 2명 등 각료 15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요청서 제출도 검토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오후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조속한 여야 합의처리를위해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면담 추진 의사를 내비친 것과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조직개편안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까지 시비 대상에 올랐다.

통합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내용을 보면 사실상 야당과 국민에 대한 협박이며 한마디로 사실을 호도해서 혹세무민시키는 가장 정치적인 담화문"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의 해수부와 여성부 폐지 방침에 대해 "해수부와 여성부가 규제를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되물으며 "규제 부처는 공룡화시켜 놓고 미래첨단 민생형 부처는 없애는 우(愚)를 범했다는 사실을 직시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인수위의 특임장관안에 대해서도 "공무원 숫자에 변동이 없는데 특임장관을 두면 비용이 늘어나는 낭비가 된다"면서 "떳떳하게 15개 부처로 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우상호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도 "이 당선인측으로부터 아직 전화를받은 적도 없고 면담이 추진된 바 없다"며 "야당 대표(손 대표)에게 사전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면담을 추진중이라고 발표한 것은 집권세력의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정 주요 현안을 갖고 대통령 당선인과 야당 대표가 만나 대화하는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보다 진전된 안을 갖고 만나는 것이 보다 생산적일 것"이라며"'사전 조율 없이 만날 것'이란 식의 언론플레이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오후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조직개편안에 대한 통합민주당의 무성의를 성토하면서도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상임위별로 '맨투맨' 식으로 여당의원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이기로 하는 등 양면작전을 구사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은 다음 정부의 존재 의의"라며 "좌파정권 10년에 국민세금을 잔뜩 올리고 국가부채가 쌓여 보다 못해 정권을 갈아치운 것인데 이런 국민의 뜻에 맞도록 국정을 운영하는 게 다음 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경쟁력 강화의 핵심은 정부경쟁력 강화인데 이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으며 "규제를 없애는데 공공부분 슬림화가 요체며 작은정부하는 것은 좌파정권 종식의 상징으로 양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 출범을 현 여당에 의해 방해 받는다면 국가적 망신이며 이는 단순한 발목잡기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안상수 원내대표는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를 만나 조직개편안에 협조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며 "원내대표단은 각 상임위 소속 통합민주당 의원들 뿐 아니라 다른 당 의원들에게도 개편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꼭 부탁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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