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직하고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자리 옮겨

mbc tv의 '뉴스데스크' 앵커로 활약한 김은혜 기자(37)가 사직 후 청와대에 입성한다.

김 기자는 12일 오후 4시45분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 대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방금 전 사표를 냈으며, 청와대의 부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다"면서 "기자로서 갖고 있던 가치를 퍼블릭 서비스 분야에서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자직을 그만두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나는 정치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청와대에서는 정치보다는 행정적인 공부를 하는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기자로서 최전선에서 국민의 소리를 들었다면, 이제는 국민의 소리를 전하고 정책을 펴는 가교 역할을 미력이나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김 기자는 1993년 mbc에 입사한 후 사회부와 정치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9~2000년 '뉴스데스크'의 앵커를 맡았으며 이후에도 '뉴스 24' '뉴스투데이' 등의 앵커로도 활약했다.

1994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에는 이화여대로부터 자랑스러운 이화언론인상을 받았다. 이날 사표를 낼 때까지는 mbc에서 보도국 정치1팀의 차장으로 외교통상부를 출입했다.

이하 일문일답.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계기와 소감을 말해달라.

▲지난 15년간 후회 없이 일했고 열심히 일했다. 앞으로도 지난 15년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초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

최근 청와대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주변 분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가족과의 상의를 거쳐 제의를 수락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내린 것은 아니다. 나는 평소 퍼블릭 서비스 쪽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이런 부분이 기자로 추구했던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제의도 있었다는데.

▲4년 전부터 있었다. 전국구 1번 제의도 있었고, 복수의 정당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청와대에서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인가.

▲부대변인을 맡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신 담당 업무도 포함된다.

--이명박 당선인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있는가.

▲특별한 인연은 없다. 정치부 기자를 3년 했는데 그분을 취재할 기회는 전혀 없었다.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당선인의 이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하나.

▲기자로서 '약한 자에게 약하고 강한 자에게 강하자'는 초심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정치부와 경제부를 거치며 놓치지 않은 초심이다. 나는 정치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빛을 비춰줄 수 있다면 퍼블릭 서비스 분야에서도 기자로서의 초심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정당의 이데올로기나 이념적 지향보다는 기자로서 갖고 있는 가치를 퍼블릭 서비스 분야에서도 이루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겪는 사회적 갈등 등을 조정하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기자로서 최전선에서 국민의 소리를 들었다면, 이제는 국민의 소리를 전하고 정책을 펴는 가교 역할을 미력이나마 할 것이다. '야곱의 사다리'처럼 국민과 정책 결정과정 사이에서 매끄러운 조정자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기자가 천직'이라고 누누이 말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기자직을 지금도 사랑한다. 다만 기자가 취재를 통해 구현하는 길과 기자정신을 유지하면서 얻고자 하는 가치를 구현하는 것은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정든 mbc를 떠나는 소감은.

▲나는 과분하게 복이 많은 사람이다. mbc를 떠나도 그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일할 것이다. 제1의 출발이 mbc 입사였다면 제2의 출발은 결혼과 출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앞으로의 길은 제3의 출발이나 다름없다.

--방송에 복귀할 생각은 있나.

▲15년 동안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mbc를 떠나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mbc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떠날 것이다. 다만 나는 지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일단 새로운 분야에 적응하고 나서 (돌아오는 것 등을) 생각해 볼 것이다.

--아들과 함께 할 시간이 더 줄어들 텐데.

▲큰 고민 중의 하나였다. 기자생활을 할 때도 아이를 잘 못 봤는데 더욱 더 아이를 못 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젯밤 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못난 엄마를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아이에게는 자기 옆에 있어주는 엄마가 최고지만 바깥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엄마를 보여주는 것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일하는 엄마로서의 죄책감은 뿌리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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