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25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그래서 라이스 장관이 26일 평양에서 열리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관람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라이스 장관의 방북설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한국 대통령의 취임식 바로 다음날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이 있는 데다 김 국방위원장이 뉴욕 필 공연에 참석할 것이라는 보도와 무관하지 않다.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도 아닌데 취임식과 평양 공연 날짜가 연결돼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남북을 동시에 방문할 명분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요구하는 미측과 중유·설비 지원 등 상응조치 신속 이행을 주장하는 북측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라이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나 핵 문제를 타결짓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라이스 장관의 방북이 미국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가 방북하고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경우 미국내 강경파의 대북 협상 중단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부시 행정부의 기존 대북 입장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는 1년밖에 남지 않았고 8월부터 미 대통령선거가 본격화된다. 7월 이전에 핵 신고 문제를 타결짓지 못하면 북핵 폐기 논의는 시작도 못할 수 있다. 북한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력한 미 대선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나는 북한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지켜내기 위해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두고 시간을 끄는 것이 어쩌면 더 불리할 수 있다. 평화적 해결 의지가 강한 부시 행정부와 핵 문제를 마무리하는게 현명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모든 지혜와 수단을 짜내야 하는 위기 국면이라면 북미 정상회담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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