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우리는 어떤 범죄든지 분명히 모방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우발적인 총기난사 사건의 대부분은 tv나 영화의 폭력물을 모방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폭력이 모방되는 이유는 인간의 내면에 폭력을 즐기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진단이다. 반면에 사람은 본래 지니고 있는 인지작용이나 학습에 의해 폭력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적 조건만 갖추어지면 여지없이 폭력성을 드러낸다. 이것은 종교인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면, 빙산 가운데 추락한 비행기의 생존자들은 극한 상황에 이르러 사람을 잡아먹기도 한다. 여건만 갖추어지면 언제든지 괴물로도 변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이와 같은 인간의 악한 본능을 최대한 억제하고 선한 행동을 발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은 법률이나 학교와 같은 사회적 제도가 맡고 있다.

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방화로 불타 없어졌다. 방화범은 토지보상정책에 불만을 잔뜩 가진 노인이었다. 정말 놀랄 일이다. 이제 인생을 마무리하고 어떤 뒤틀린 상황도 느긋한 마음으로 관조할 수 있는 나이에 들어선 노인이 이와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인간의 폭력성은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잠재되어 있다가 모방이라는 방식으로 언제든지 나타난다. 이번 사건은 정부정책에 대한 이해 당사자의 불공정성 인식과 그에 따른 불만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그것에 대하여 불만을 느낄 경우 반드시 부정적 행동을 낳는다는 것은 많은 사회심리학적 연구에 의해 검증되고 있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순전히 사회의 안녕을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공정하게 처리하려고 한다. 프랑스혁명 이후 어떤 특권 계층에게도 원칙은 예외 없이 적용된다. 그 결과 가난한 사람들도 사회에 대한 불만이 덜하다. 선진국 사람들이 현명한 이유는 특권층에 대하여 차별화된 혜택을 부여한다면, 다른 세력의 불만이 커지게 되고 그것은 결국 그들에 대한 공격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60년대 베트남이다. 베트남의 양분된 국가 중 월남은 경제나 군사력 면에서 월맹에 앞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중 정부에 불만을 가진 약자들이 등을 돌림으로써 월맹에게 패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oecd 국가 중 한국은 양극화 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불만 세력이 많다는 뜻이다. 이것은 숭례문 방화와 같은 사회병리현상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소위 가진 계층은 점점 더 벌어지는 양극화를 치유하기는커녕 즐기고 있어 문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정책은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변호사를 비롯한 부유 자영업 계층의 세금 탈루율이 무려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의사들과 보험공단 사이에 세금탈루, 부당청구, 과도한 임금수준 등으로 진흙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서민들 등골 빠지는 것에 관계없이 통신료와 기름 값은 오르기만 하고 있다. 이들 회사 직원들의 평균임금은 최고 7천만 원에 이르고 있다. 가진 자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줄여 빈곤층에게 분배한다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30%까지 증가한 절대 빈곤층은 가진 자들만의 밥그릇 싸움에 대하여 분노와 허탈에 휩싸여 있다. 이것은 언제든지 사회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는 양극화 폭탄이 어느 정도라도 제거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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