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비 후보들은 요즘 명함 돌리기에 하루해가 짧다고 한다. 이번 총선은 사상 가장 깨끗한 선거가 돼야 하는데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청주시내 주요 등산로에서 선거운동원들이 마구잡이로 명함을 돌리는 사례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때문에 등산로가 후보자 명함으로 어지럽다는 말까지 들린다. 또 전국 곳곳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다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적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안내장을 과도하게 뿌리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고발되기도 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선거문화가 많이 깨끗해진 것은 사실이다. 전에는 국회의원이나 기초지방자치단체장에 당선되려면 몇억을 뿌려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 요즘은 금품 수수에 대한 처벌이 워낙 강화돼 돈 주기도 어렵고 받으려는 사람도 흔치 않다. 현행 선거법은 후보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금액의 50배를 과태료로 물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을 산산조각 내는 일이 지난 선거에서 벌어졌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경북 청도군수 재선거에서 1000여명이 선거법에 저촉된데 이어 경북 영천시장 재선거도 수억 원이 살포됐다고 한다. 청도에서는 정한태 군수 등 28명이 구속됐고 돈을 받았다고 자수한 734명을 포함해 800여명이 불법선거 혐의로 입건됐다. 돈을 뿌리는 데 가담했거나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300여명까지 합치면 불법 선거 연루자는 줄잡아 1000명이 넘는다. 경찰이 정 군수 선거캠프에서 압수한 유권자 명단에 오른 5000여명을 확인하고 있다니 수사 대상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또 시의회 의장 등 21명이 구속되고 주민 수백 명이 무더기 사법 처리가 우려되는 영천시도 '제2의 청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돈 몇 푼에 귀중한 한표를 팔아 먹는 한심한 유권자가 아직도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제라도 두 눈 부릅뜨고 불법 선거운동을 막아야 한다. 선관위도 선거 비리가 이 땅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선거범죄 단속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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