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로 장관 없이 새정부가 출범할 모양이다. 이제 정치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이명박 당선인은 기존 직제에 준해 13개 부처 장관과 2명의 국무위원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산술적으로 풀어보면 이 당선인 측이 당장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하더라도 빨라야 다음달 초나 돼야 청문회가 끝난다. 그것도 국회에서 시급히 청문 절차에 들어갔을 경우가 그렇고, 현재의 여야 대치 국면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취임일인 25일 이후 상당 기간 '나 홀로 대통령' 체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령 우여곡절 끝에 장관을 임명한다고 해도 폐지되는 부처의 업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알 수없다. 의욕적으로 일을 해야 할 새 정부 초기에 장관이 없어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면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없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이다. 통합민주당은 "이 당선인의 독선과 오만 때문에 정당 정치가 파괴되고 있다"는 주장이고 한나라당은 "특정인 몇 명의 아집 때문에 나라 전체가 인질로 잡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돋웠다. 하지만 해양수산부 등 특정 부처 존속에 목을 매단 통합민주당이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한나라당 모두 이번 사태를 통감해야 한다. 여야가 애초부터 협상 의지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머리를 조아려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책임 전가만 하고 있으니 보기 흉하고 꼴사납다. 세간에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새 정부를 일단 정상적으로 출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나중에 잘못되면 그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사정이야 어찌됐던 이왕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 와서 서로 비방해 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 후유증이 없을 수 없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여야는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정 공백기를 가급적 줄이기 위해 청문절차를 최대한 간략화하는 특단의 방책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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