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리겠다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이 말이 아니다. 지금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경제는 정치에 밀려 뒷전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조각 파동까지 겹쳐 '반쪽 정부'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가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 물가가 심각하다. 지난달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9%를 기록했고 4% 돌파는 시간문제다. 경상수지도 만만치 않다. 작년 12월 8억1000만 달러 적자에 이어 지난달에도 26억 달러 적자로 1997년 1월의 31억3000만 달러 이후 11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한다. 비록 유가 급등이 주범이라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는 꼴이 외환 위기 발발 직전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사정이 이 지경인데 우리는 경제정책 라인이 지리멸렬 상태여서 상황 진단조차 못하니 대책 수립과 집행은 당연히 기대 밖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정책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성장을 위해서라면 응당 수출 드라이브를 걸어야겠지만 환율에 손대면 물가 압력이 커지고 서민생활을 더 위축시킬 게 뻔하다. 올해 성장 목표를 6%로 낮췄다지만 그나마도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국제 원자재 가격 앙등은 개별 부처의 개별 처방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복합 충격으로 범정부적 복합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오래 지속돼 정책 조정 기능이 제때에 발휘되지 못하면 실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외 부문도 곳곳이 암초다. 원유는 최고가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고 밀은 카자흐스탄의 수출관세 부과 방침에 사재기 세력과 투기 수요가 몰리며 하루 만에 22%나 오르는 폭등세를 보였다. 콩과 옥수수 등 다른 곡물 가격도 가파른 오름세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채권) 사태에 따른 신용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물가 압력이 커지고 실물경제 둔화 조짐이 엿보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30년 만에 되살아나고 있다. 우리가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선진국 진입의 꿈은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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