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가 1년 전보다 9.63% 올랐다. 지난해의 전국 땅값 상승률 3.88%에 비하면 2.5배나 높은 것이다. 이는 건설교통부가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률을 계속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격은 아직도 격차가 많으며 심한 경우에는 공시지가가 시가의 30%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국민의 세금 부담이 너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오는 5월31일 고시되는 전국 2900만 개별필지 공시지가의 산정 기준으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증여세 등을 매길 때 과세표준이 된다. 과표를 단계적으로 실거래가격과 일치시키는 과표 현실화 정책에 따라 올해에는 공시지가를 과표에 반영하는 비율이 재산세는 60%에서 65%, 종부세는 나대지 등 종합 합산 토지인 경우 80%에서 90%, 상가 부속토지 등 별도 합산 토지는 60%에서 65%로 각각 올라간다.

땅값이 올라 세금을 더 내는 게 무슨 문제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땅값은 거의 제자리인데도 정부가 정하는 가격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세금만 왕창 늘어난다면 납세자들이 볼멘소리를 낼 만도 하다. 더구나 땅값이 조금이라도 올랐다면 참여정부가 지역 균형 개발이네 뭐네 하며 전국을 파헤친 영향이 대부분이라고 봐야 한다. 말하자면 정책적 오류는 참여정부가 저지르고 그 책임은 납세자가 몽땅 뒤집어쓰는 꼴이다. 이런 식이라면 대지분과 건물분을 합한 주택공시가격이 적용되는 아파트와 단독주택도 세금 부담이 토지 못지않게 급증할 게 뻔하다. 부동산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것은 안된다. 참여정부의 '세금폭탄' 오폭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계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선 시세 반영률이나 과표 적용률 인상을 당분간 유보해야 한다. 공시가격과 과표의 현실화를 지속하려면 그에 앞서 관련 세금의 세율을 낮춰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게 마땅하다. 아울러 필요 이상으로 많은 땅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쪽으로 세금 누진 체계를 조정해야 한다. 그것이 부동산을 고루 보유하도록 유도하는 지름길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