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대입 3단계 자율화 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수능시험 성적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뀐다.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 라인도 폐지된다. 수능과 내신 반영률을 대학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이 무엇을 얼마나 반영할지는 수험생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이 2009학년도 입학 전형안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하지 않아 고3 교실에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수능시험과 학생부의 반영비율, 논술 실시 여부 등을 알아야 지원 희망 대학과 공부 방법을 정할 수 있는데 참고할 입시안이 없으니 교사와 학생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전형안 2월 말 제출, 대교협 3월 말 발표'는 오래전에 정부가 공표한 일정이다. 교육부는 2009학년도 대입 전형 기본계획을 작년 8월31일 확정하면서 학생들의 안정적 수험 준비를 위해 이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는 애초 대학별 전형안을 1월 말까지 대교협에 제출하도록 했으나 대학들이 "2008학년도 전형 내용을 분석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제출 시기를 늦춰 달라고 요청해 한 달가량 미뤘다. 그런데도 2월 말까지 전형안을 확정해 제출한 대학은 지방대학이 대부분이고 서울 소재 대학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약속 위반은 이것 말고 또 있다. 주요 7개 사립대가 국사 교육 강화를 위해 2010학년도 수능에서 국사를 필수 반영 과목으로 지정하겠다고 합의해 놓고도 정부의 수능 응시 과목 축소를 이유로 이를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사립대들이 수백억원을 법인 자산으로 적립하면서도 한결같이 올해 등록금을 물가 인상률의 3∼5배씩 올린 것도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자율을 줬더니 호기를 부린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대교협은 최대한 일정을 앞당겨 3월20일 전후로 취합된 전형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취합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과연 지켜질지 의문이다. 더욱이 주요 대학들이 '튀는 전형'에 대한 비난 여론을 우려해 동향을 계속 살핀다면 제출은 또 지연될 것이다.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대학마다 소신껏 전형안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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