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이하형ㆍ대덕대 경찰행정학 교수

▲이하형 대덕대 경찰 행정학 교수
사회가 혼탁해지면 질수록 자주 사용되는 법(法)대로 하라라는 표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일상생활에서 이해타산에 얽혀 상호간의 원만한 해결이 잘 안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법(法)대로 하라는 표현을 자주 쓰며 듣는다.

적게 사용할수록 건전한 사회

이때의 법이란 국가권력에 의하여 강제되는 사회규범으로 정의되고, 강제적인 해결에 의지한다는 점에서, 법대로 하라라는 표현이 우리에게 부정적 의미로 전달된다.

그러므로 법대로 하라는 말이 적게 사용될수록 건전한 사회 또는 상호간의 신뢰가 높은 사회라고 해석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정의와 형평을 준수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항상 지각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현명함을 지니고, 일반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위하여 현재의 이익의 유혹으로부터 인내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아마 법이 필요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법은 사회법칙으로서의 사회규범이면서 공권력이지만, 강제적 규범이라는 점에 있어 다른 사회규범과 성격이 다르다.

그러므로 법대로 하라라는 것은 곧 강제적 규범인 공권력에 맡기겠다 또는 내 의지는 떠났으니 당신 의지대로 행하라는 표현이면서, 긍정적 또는 원만한 상호간의 해결을 거부하는 것이기에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대로 하라란 말이 부정적 의미만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서 법이란 한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법(法)이란 한자는 삼 수(水)변에 갈 거(去)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물이 가는 것으로 법의 자구해석을 할 수 있기에, 법대로 하라는 것은 곧 물이 가는 대로 하라 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물이 흐르는 대로 하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여기에서 2006년 12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합의와 관용을 강조하면서,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고 인용한 노자의 상선약수가 떠오른다.

노자의 상선약수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로 해석되어진다. 첫째는 물이 만물을 이롭게 하는 생명의 근원이기에 최상의 선이고, 둘째는 상대와 다투지 않고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며 흘러가기에 최상의 선이며, 셋째는 물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항상 낮은 곳에 처하기에 또는 지금 내가 있는 곳보다 낮은 곳으로만 흐르기에 최상의 선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물이 흐르는 대로 하라는 법대로 하라를 상선약수의 의미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법대로 하라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롭게 하라는 것이고, 사회통념이나 상식대로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여 다투지 말라는 것이며, 그리고 나보다 낮은 또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좀 더 생각하여 내가 갖은 것을 주고 이롭게 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타협 양보 않겠다 의미

우리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법(法)대로 하라는 말이 강제적인 공권력에 의지 하겠다 또는 타협과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만 사용되어 사회가 삭막해 감에 회한과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법대로 하라는 일상화된 부정적 표현이 자주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고, 만약 사용된다면, 물이 흐르는 대로 하라는 의미로, 그리고 최상의 선은 물이라는 상선약수의 긍정적이고 홍익(弘益)적인 의미로 우리 모두가 사용하여, 이기적이고 상극적인 갈등의 사회를 넘어선 이타적이고 상생적인 화합의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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