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주 칼럼] 2007년 3월 15일

▲조무주 논설위원
은퇴 남편 증후군 이라는 말이 있다고한다. 직장 생활에 최선을 다하느라 가정을 등한시 했던 남편들이 조기에 퇴직을 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것을 견디다 못한아내들에게서 나타나는 스트레스 같은 병이라는 것이다.

또 퇴직후 천덕꾸러기가 된 남편을 아내들이 젖은 낙엽 이라고도 부른단다. 얼마나 기운이 없고 한심하면 젖은 낙엽이라고부를까. 평생 직장 밖에 몰랐던 남성이 어느날 갑자기 퇴직을 하면서 갈곳도 없고할일도 없어 하루종일 집에만 틀어 박혀있으면 젖은 낙엽 처럼 보였을 것이다. 여성들이 은퇴 남편 증후군으로 정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 증후군을 그냥 쉽게 웃어 넘길 수만은 없을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조기 퇴직이 시작된 것은IMF 이후라고 생각된다. 갑자기 회사가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을 하는 바람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직장을 잃고 조기 퇴직자가됐다. 또 우리나라 일반 주식회사 직원의정년이 보통 55세여서 정년 퇴직이라고는하나 조기 퇴직이나 마찬가지다. 한창 일하고도 남을 나이에 퇴직을 하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생명 연장으로 보통남자 수명이 70세 이상이니 55세 정년 퇴직을 해도 20년 가까이 허송 세월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퇴직자 재 취업에 적극 나서고 정년을 연장하는 나라도많아 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재 취업도 어렵고 정년을 연장하는 곳도 많지 않다.

이때문에 우리나라 아내들은 은퇴 남편증후군을 조기에 앓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창 일할 나이 퇴직시키는 것은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젊은 사원들에 비해 노하우도 생기고 자신의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데도 등 떠밀려 직장을 나서야 한다.

물론 최근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 청년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는것이 현실이기는 하나 한껏 실력을 발휘할인재를 조기에 내보내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인간의 수명은 점점 증가하고 출산율은계속 떨어지면 결국 정년을 연장하거나 퇴직자가 재 취업하여 생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조기 은퇴자들은 노후를 미처 준비하지못해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취미 생활도 없어 그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퇴직자들이 더 어려움을 겪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퇴직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윤모씨(54 충북 청주시 금천동)는 평생을회사에 봉사하며 살던 남편이 명예 퇴직하고 바깥 출입은 하지 않은채 하루종일 잔소리만 하니 죽을 지경 이라고 하소연 한다.더구나 하루 세끼의 밥도 매일 매일 차려주려니 내 시간도 없고 그동안 즐겨 다니던등산도 하지 못해 숨이 막힐 지경 이라는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은퇴 남편 증후군을 앓는 여성이 많았다고 한다.일본 여성의 60%가 이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비 공식 통계도 있다. 우리나라도 점차이같은 증후군을 앓는 여성이 늘어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남편은 재 취업에힘쓰고 아내는 남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를 부부 파트너쉽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조무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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