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한미숙 녹십자중앙의원 원장 소아과 전문의ㆍ시인

나도 그대에게

무언 가를 주고 싶습니다

신께서 내게 생명을 주셨듯이

나도 그대에게

내 사랑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내 지닌 것 중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이 뿐

비록 그 것이

그대에겐 하찮아 보일지라도

얼마 후엔 흔적도 없이 잊혀져갈 지라도

나는 오늘도

그대의 보이지 않는 상처를 감싸주고

치유로 이끌어갈 수 있는

작은 손길로 남고 싶습니다

(졸작 시 소망)




▲한미숙 원장


"가장 좋은 약은 사랑입니다" 어느 제약회사의 기업 모토입니다. 의사가 된 후 많은 약을 처방했지만 그 중에 내 사랑과 정성은 얼마나 담겨 있었을까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오늘도 나처럼, 많은 의사들은 정부의 의료정책과 국민 불신, 진료과목 간의 영역 갈등으로 힘든 하루를 시작하고 있을 것입니다. 소아과만 해도 소아청소년과로 명칭이 바뀌어 내과와의 갈등이 가시화됐고, 오는 21일 오후 2시엔 전국적인 집단휴진과 함께 의료법 개악 저지를 위한 집회가 과천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산수유도 목련도 피고

막스 에먼의 말처럼 거짓과 고단함과 깨진 꿈들 속에서도 세상은 아름다운 곳인가 봅니다. 뿌연 황사바람과 꽃샘추위를 뚫고 아파트 담장 너머로 노란 산수유 꽃이 피었습니다. 이제 곧 목련도 우유 빛 뽀얀 웃음을 머금게 되겠지요.

한 줄의 시처럼, 한 마디의 말처럼, 한 소절의 노래처럼, 봄에 피어나는 꽃은 단 한 번의 환한 웃음으로 겨우내 추위에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에 위로를 줍니다.우리는 일생을 살면서 타인에게 얼마나 위로를 줄까요.

계절은 또 때 맞춰 찾아와

끝없는 경쟁과 물질문명의 이기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위로는 커녕, 쓸데없는 자만심과 헛된 욕심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살아도 그럭저럭 잘 살아온 인생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소외되고 뒤쳐진 것 같아 어깨가 축 늘어져 있을 때, 계절은 또 때 맞추어 찾아와 꽃이 피고 새도 울어 "아, 우리에겐 영원히 변치 않을 산과 바다와 하늘이 있었지"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이제 산과 들에 개나리, 진달래 앞 다투어 울긋불긋 피어나겠지요. 연분홍빛 팝콘이 무리 지어 터지듯, 무심천 뚝방 길에도 벚꽃이 만개하겠군요. 해마다 꽃구경을 나서는 상춘객 틈에 끼여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하면서, 사람의 일생 중 꽃 같은 시절이 있다면 그건 어린 시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련의 때 신생아실 문을 열 때마다 느끼던 따뜻한 온도와 습도, 코끝에 스며드는 향긋한 분유 냄새, 온실 같은 인큐베이터, 청결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아직도 봄의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아기들의 포대기를 들출 때마다 희열을 느끼는 것은 거기에 때 묻지 않은 완전한 순수, 방금 피어난 꽃의 이미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람 중의 꽃은 아기



티 없이 맑은 미소, 옹알이, 배내옷 냄새. 아기가 꽃 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사람이 꽃 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아기처럼 때 묻지 않고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는 이 땅의 사람들이 꽃 보다, 봄 보다 한결 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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