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재발견] 1. 직지란 무엇인가?

<직지의재발견연재합니다>



▲라경준 연구사
직지(直指)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입니다. 이는 직지가명실공히 세계에 남아 있는 금속활자본 중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임을 입증하는 것입니다.더구나 직지를 간행한 곳이 충북 청주시라는 것은 충청도민의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직지를 간행한 청주시 운천동에 청주고인쇄박물관을 건립하여 직지와 관련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습니다.직지는 현재 아쉽게도 상권은남아 있지 않고, 하권 1책만이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직지 원본을 찾는 것은 우리 후손이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청주시는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직지 세계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청주시 직지세계화 교육및 홍보활동지원에 관한조례를 제정한다고 합니다.본지는 창간 61주년을 맞아직지를 널리 알리고 직지 원본찾기에 앞장서기 위해 직지의재발견 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집필은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다년간 직지를 연구해온 라경준 학예연구사(사진)가맡았습니다. 라 학예사는 단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충북향토사연구회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우리 문화유산 열가지 등 7권의 저서가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찾아가는 직지의 재발견에 독자 여러분들의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청주시가 인쇄문화의 고장인 청주를 알리기 위해 설립한 고인쇄 박물관. 이곳에는 고서, 인쇄기구, 흥덕사지 출토유물 등 26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이준현기자 ㆍ eamavan@ccilbo.co.kr


<1> 직지란 무엇인가?

2001년 9월 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현재 전 세계에 남아 있는 금속활자로 찍은 책 중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직지는 과연 어떤 책일까.

본래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이하 직지로 약칭)




고려 우왕 3년 청주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

상ㆍ하 2권 중 하권만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보관



이 책은 고려 우왕(禑王) 3년(1377)에 청주 흥덕사(興德寺)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는데, 그 내용은 이미 글을 쓴 백운 스님이 75세였던 공민왕 21년(1372)에 이루어진 것이다.

백운 선사가 쓴 직지는 스님의 제자인 석찬(釋璨)과 달담(達湛)이 비구니(比丘尼) 묘덕(妙德)의 시주(施主)를 받아 고려 우왕3년(1377)에 간행되었다. 직지의 체제는 상·하 2권으로 되어 있다.

책을 지은 백운 스님은 가르침을 배웠던 원(元)의 석옥청공(石屋淸珙) 선사가 전해준 불조직지심체요절에선문염송과 치문경훈등에서 그 내용을 보완하고 과거 7불(佛)과 인도의 28조사(祖師), 중국 110선사 등의 법어(法語)를 가려 뽑아 307편에 이르는 게·송·찬·갇명·서·법어·문답 등을 2권에 수록하였다. 이곳에 우리나라의 선사로는 유일하게 신라 대령선사(大領禪師)가 하권에 수록되어 있다.

직지는 현재 금속활자본 상권은 남아 있지 않고, 하권 1책(총 39장 중 첫째장이 탈락되어 38장만 있음)만이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도서관(리슐리에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되어 있다.

직지는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과, 나무판에 새겨 인쇄한 것(이것을 목판본이라고 한다.), 직접 손으로 쓴 필사본 등 3가지 종류가 있다.

금속활자로 만들어진 것은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된 하권 1책만이 전한다. 그렇지만, 1378년 경기도 여주 취암사(鷲巖寺)라는 절에서 나무판에 새겨 만든 직지 목판본은 상·하권이 완전한 1책으로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 및 전라남도 영광 불갑사에 보관되어 있다. 이러한 목판본을 통해서 흥덕사에서 인쇄된 금속활자본 만으로는 알 수 없는 직지의 형태나 내용을 알 수 있다.

한편 직지 필사본은 목판본을 보고 베낀 것이 있고, 금속활자본을 보고 베낀 것이 있다.

특히 경상북도 영주시 소재 흑석사에서 발견된 금속활자본 필사본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필사본의 맨 끝 부분에 만력(萬曆) 41년인 1613(조선 광해군 5)년에 직지 금속활자본을 보고 베꼈음을 기록하고 있다. 1613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이 끝난 다음이다.

임진왜란 7년 전쟁동안 왜군에 의해 우리나라의 많은 문화유산이 파괴되고 없어졌다. 속리산 법주사에 있는 팔상전(나무로 만든 탑)도 이때에 불에 탄 것을 조선 후기에 복원한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금속활자본 직지는 보존되어 왔음을 이 필사본을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이다.

직지 책의 크기는 가로가 24.6cm, 세로가 17cm이다. 이 책은 구멍을 다섯 개를 뚫고, 붉은 색의 실로 꿰매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책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실로 꿰매었다고 하여 선장본(線裝本)이라고 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전통 한지에 인쇄되었고, 책의 표지는 능화문이라고 하는 장식이 들어가 있다.

직지의 중심 주제는 직지심체(直指心體)로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선종의 불도를 깨닫는 명구(名句)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직지는 마음을 노래한 글이다. 과거의 일곱 부처님으로부터 선종(禪宗)의 수많은 고승(高僧)들이 깨달았던 순간을 노래하고, 그 깨달은 깊은 뜻을 전하는 글들을 수록했다.

이곳에 실린 내용은 대체적으로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과거 일곱 부처님의 게송이다. 깨달은 자들이 남긴 노래는 간단하지만 매우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 둘째로 인도 28조(祖)의 게송이다. 직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선종의 역사 책이라 할 수 있다. 조사(祖師)의 깨달았던 순간과 노래는 그대로 선어록(禪語錄)이며 불교의 역사이기도 하다. 셋째는 중국 선종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평가되는 달마와 혜능 및 중국 선종의 수많은 고승(高僧)들의 이야기와 노래이다. 여기에는 직지에 나오는 유일한 신라 스님인 대령 선사의 게송도 포함된다. 넷째는 수행자를 위한 글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나라의 스님들이 정규교육 과정을 마치고, 오늘날의 대학원이나 사회교육원 과정에 해당하는 수의과(隨意科)에서 공부하는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학습서였다.



직지 편저자 백운화상은…

직지를 편저한 백운화상의 호는 백운이고, 법명은 경한(景閑, 1298∼1374)이다.

백운은 원중국사 태고 보우, 선각왕사 나옹 혜근과 함께 고려시대 말기 3대 화상으로 1298년(충열왕 24)에 전라북도 정읍에서 출생하였다.백운스님은 어려서 출가를 하여 승과(僧科, 승려를 대상으로 한 과거)에 합격하였다. 1345년(충목왕 2, 48세)에는 왕명에 의하여 대선사로서 기우제를 주관하였다. 1351년(충정왕 3, 54세) 5월에는 중국 호주 하무산의 석옥(石屋)선사에게 불법을 구하였다. 석옥선사는 중국 임제종의 제18대 법손(法孫)으로서 간화선(看話禪)을 주장하였다.

당시 백운선사는 석옥선사로부터 불조직지심체요절1권을 전해 받고 불도를 닦아, 1353년(공민왕 2) 정월에 불도를 체득하였다. 또한 백운은 인도의 고승 지공화상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황해도 해주의 안국사와 신광사 등에서 주지를 지내고, 후진 양성에 힘쓰다 1372년(공민왕 21)에 성불산 성불사에서 스승인 석옥선사가 준 불조직지심체요절에 선문염송과 치문경훈 등에서 그 내용을 보완하여 상·하 두 권으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편집하여 저술하였다. 백운스님은 1374년(공민왕 23, 77세)에 여주 취암사에서 입적(入寂)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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