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직원들, 하루 12시간 근무 불구...새정부 초기 의욕적 분위기 자평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근무 발령을 받은 정부부처 출신의 한 행정관은 요즘 새벽 6시면 경기도 자택을 나선다. 매일 열리는 수석비서관 회의가 8시로 처음보다 30분 늦어지긴 했으나 직속상관인 수석비서관이 회의준비를 위해 오전 7시면 출근하기 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10~20분 정도 앞서기 위해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하는 정부'를 선언하고 청와대에 입성한 지 6일로 열흘째. 청와대 직원들이 부지런한 대통령과의 '보폭맞추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우선 근무시간이 하루 12시간을 훌쩍 넘는 것은 물론 자정을 넘어 퇴근하고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하는 경우도 잦아 수면부족이나 체력 한계를 느낀다는 직원들이 생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 근무 직후 곧바로 청와대 발령을 받은 직원들은 인수위의 '노 홀리데이(no holiday)' 원칙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어서 이른바 '얼리버드(early bird. 일찍 일어나는 새)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더욱이 이 대통령이 꼼꼼하게 업무를 챙기는데다 기존의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며 '변화'를 강조하고 있어 정신적 피로까지 겹치고 있다며 하소연하는 직원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우익 비서실장이 지난 4일 첫 직원조회에서 "스스로 절제하지 않으면 헌신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 힘, 욕망, 감정표출 등 3가지를 절제해야 한다"며 '기강잡기'에 나선 데 대해서도 한 직원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이미 사생활은 포기했지만 고생길이 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새 정부 초기의 의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대체적인 자평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직원들이 애로사항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청와대 직원들의 최종적인 소구(遡求) 대상은 국민이기 때문에 다소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개혁이 혁명보다 힘들다는 것은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직원들이) 이에 익숙해지고 자기규율에 의해 적응이 되면 편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근무하면서 개인적으로 '생체실험'을 해본 결과 인간의 잠재적인 능력은 무한하다고 생각했다. '아침형 인간'이라는 베스트셀러도 있듯 아침에 일찍 일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시간이 없어서 밤에 술자리에 가지 않으니까 좋은 점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장 직속의 한 비서관은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 저녁식사를 컵라면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지만 이 대통령이 말한 것과 같이 '공무원이 고생하는 만큼 국민이 편해진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일선 부처의 공무원들이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은 "직원들이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고 의욕도 강하다"면서 "특히 관료 출신 직원들은 이 대통령이 '불도저' 이미지보다는 민주적이고 소탈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어 전체적으로 내부 분위기가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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