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ㆍ동교동계 물갈이 … 민심 돌릴 호기
내부혼란 수습 총선체제 안착 과제 남아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비리·부정 전력자 전원 탈락 방침을 강행함에 따라 손학규 대표가 또 한번 시험대에 서게 됐다.

대외적으로는 민주당의 지상과제인 공천혁명을 현실화시키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한편으로 내부적으로는 거센 후폭풍을 조기에 수습하고 총선체제를 안착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손 대표로선 '잃은 것' 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손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직접 모셔온 박재승 위원장의 '공천 쿠데타'를 통해 취임후부터 줄곧 외쳐온 공천쇄신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는 성과를 얻게 됐기 때문이다. 대선 참패의 후유증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했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개혁공천의 성패가 4·9 총선 성적표를 좌우하는 바로미터였다.

'국민의 눈높이'를 최대 가치로 내세운 '읍참마속'으로 공천의 새 바람을 일으켜 위기의 당을 살려내고 민심이반을 되돌릴 수 있는 호기를 잡은 셈. 이번에 배제된 인사 상당수가 어느 정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태여서 일부 의석 손실이 생길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박 위원장에게 공천 전권을 부여해 공천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공심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계파이해나 정치적 계산보다는 대의에 충실했다는 이미지도 심을 수 있게 됐다. 당 안팎에서는 "본인 손에 피 묻히지 않고소기의 목적을 거뒀다", "친노에 이은 동교동계 '물갈이'로 새로운 모종을 심을 수 있는 '밭갈이' 효과를 얻게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무엇보다 공천혁명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경우 손 대표는 취약한 당내기반의 한계를 극복,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면서 명실상부한 야당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한층 높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선전할 경우 '공'이 고스란히 손 대표에게 돌아가면서 쇄신공천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인 셈. 5년뒤를 모색해야 하는 손 대표로서는 입지 확보가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내의 복잡한 상황을 감안할 때 마냥 마음이 편안한 처지는 아니다.

우선 손 대표 개인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수족'이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게 됐다.

이번에 낙마한 신계륜 사무총장은 당내 대표적인 손 대표 지지그룹인 386그룹의 맏형격이자, 손 대표 취임 후 사무총장으로 발탁돼 '오른팔' 역할을 맡아 왔다. 이호웅, 설 훈 전 의원도 지난해 대선 경선 때 손학규 캠프에서 핵심요직을 맡은 인물들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측 박지원 비서실장과 dj 차남인 김홍업 의원 등 동교동계인사들도 넓은 의미에서 손 대표의 우호그룹으로 꼽혀왔다.

"억울한 희생양이 여론몰이에 휩쓸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선별 구제론을 역설했지만 결국 박재승 위원장을 설득하지 못함으로써 손 대표가 공심위원장에게 끌려다니기만 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공심위의 잇따른 고강도 조치를 놓고 그동안 공심위와 지도부간에 갈등기류가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

손 대표도 공심위의 공천 배제 결정을 두고 "박 위원장이 너무 나간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고 한다. 손 대표는 6일 예정된 외부행사 참석 일정도 취소하는 등 복잡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와 함께 손 대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도권 출마 쪽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됐다. 비리 전력에 휘말린 인사들이 전원 '아웃'된 마당에 비례대표 쪽으로 방향타를 잡을 경우 "편한 길을 택했다"는 곱지 않은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탈락자들의 불만을 다독여가면서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을 수습하고, 외부인사 영입 등 한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는 것도 숙제이다.

당 일각에선 당을 위해 헌신하다 사법처리된 경우 전략공천이나 비례대표쪽으로돌리는 등의 구제책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명분이 충분치 않은데다 전략공천도 박 위원장이 'ok' 해줘야만 확정이 되고 비례대표심사위원장도 박 위원장이 겸임하도록 당규가 마련되어 녹녹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설명=민주당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가 6일 오후 국회대표실에서 박재승 공심위원장으로부터 1차 공천명단을 넘겨받고 있다. >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