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박근주ㆍ사진조사부장 직대

▲박근주ㆍ사진조사부장 직대
무심천에 만개한 벚꽃들의 군무(群舞)가 한창이다. 콜라를 입에 물고 있는 어린이는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벚꽃이 꽃망울을 열기 시작할 무렵이던 지난 2일 국내외 언론들은 긴급 뉴스를 타전했다. 밀고 당기며 숨가쁘게 진행됐던 한미 FTA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표하고 앞으로 관세인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로 대외 무역 증가 및 이로 인한 경제 성장 확대 등 모두들 희망섞인 기대를 내놨다. 한발 더나아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진입할 것이라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었다.

문화 산업계 얼굴 '납빛'

그러나 문화 산업계의 얼굴은 납빛이다. 타결내용을 보면 이해가 간다.

문화산업계의 핵심 쟁점이었던 지적 재산권 분야는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현행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는 것으로 타결됐다.

문광부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20년 연장할 경우 향후 20년간 로열티 지급 등으로 약 2111억원의 국가적 손실이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출판분야의 저작권료 추가부담은 약 67억원으로 연간 34억원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적 종속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가슴으로 다가온 적이 없다.

벚꽃길에서 만난 한 아이가 마시던 캔 콜라는 그래서 마음을 더욱 짖누른다. 냉전시대에 콜라는 전세계를 파고 들었고 월트디즈니의 만화는 한때 우리를 매료시켰다.

할리우드풍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블로버스터는 이미 전세계를 초토화시킨지 오래다. 미국이 '쥬라기 공원'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현대자동차의 그해 수입보다 많았다. 미국영화 수입을 반대하게 만들었던 폭력성과 선정성 시비도 이제는 많이 누그러들었다.

이제 문화대국 미국은 물 만난 고기겪이지만 우리는 정반대라는 느낌이 든다. 지적 재산권 하나만 놓고 봐도 미국은 세계 문화의 용광로와 같은 곳이어서 우리의 출판업계와는 다르다. 질과 양에서 우리와 비교할 바가 못된다.

혹자는 "우리가 미국에 지불하는 저작권료만큼 우리도 저들에게서 받아오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의 한류가 이제 성숙됐다는 것이다.

문화주권 실종된 상태

그러나 이는 감정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착각이다. 답답하다.

국가전체적으로 학술활동에서 뒤쳐지는 데다 대학의 연구나 문화예술계의 창작활동도 경제와 맞물려 많이 위축돼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우리가 외국어로 번역해 놓은 작품이나 이를 수출하고자 하는 체계적인 노력이 없었다는 업계의 지적은 이를 반영한다.

오히려 국내 한다하는 출판사들은 외국서적을 번역한 뒤 잘 포장해 한건하기에 급급하다. 영어나 중국어로 번역해 외국으로 나가 문화수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진취적 기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문화 주권은 이미 실종돼 있는 상태다.

더 작게 우리지역의 모습을 보자. 일부 대학 교수들은 자신들의 사명인 연구와 교수 그리고 사회 봉사 차원에서 마땅히 해야할 신문 기고 한편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역의 잊혀진 작가 발굴해야

지역의 잊혀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자치단체의 지원도 영 인색하다. 예산을 세워야 하고 작품 활동 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서 이전만 하면 많은 혜택을 준다고 설레발을 치고 다니는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그래서 우리 지역의 이렇게 인색한 문화행정과 신문기고는 커녕 몇년째 변변한 저술 한권 내지 않는 지역대학 교수들이 허다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봄 벚꽃과 함께온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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