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현실적으로 어렵다 입장 변화"
한나라 "靑, 개헌안 발의 의사 철회해야"

▲원내 6개 정파 원내대표들이 11일 개헌처리 유보 를 요구해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있는 가운데,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동료의원들과 무언가를 숙의하고 있다.
정치권이 11일 한목소리로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말 최대 역점 개혁과제의 하나로 추진해온 '원포인트' 개헌안 추진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은 서로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여당지위를 상실했지만 '정신적 여당'으로 여겨져 온 열린우리당이 개헌안 지지입장에서 돌아서 한나라당 등 개헌반대 정파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여당 내부의 다급한 상황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지적이다.

입장 선회에 대한 우리당의 '해명'은 쉽게 말하자면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협상타결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국회비준동의의 험준한 산을 넘기 위해서는 개헌추진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놔야 한다는 논리이다.

100석 남짓의 의석을 지닌 우리당으로서는 개헌안이 국회에 발의될 경우, 이를 추동해 나갈 현실적인 힘이 없다는 점이 가장 부담스러운 대목이었다.

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개헌보다는 FTA가 국가의 최대 이슈로 부각됐고, FTA 타결로 노 대통령 지지도도 오르고 있다"며 "FTA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헌 문제가 튀어나오면 FTA 이슈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입장변경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결국 우리당은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으로부터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FTA 비준동의에 진력하는 대신 정치적 부담이 큰 개헌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기는 '차선'을 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한나라당 등 나머지 정당들은 그간 개헌안 발의와 추진에 비판적, 회의적 시각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당의 개헌유보 동의는 쌍수를 들어 반길만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치권 내의 개헌유보 컨센서스는 일단 되돌리기 힘든 흐름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커졌다.

문제는 청와대 문재인 비서실장이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개헌발의 계획철회의 전제로 내세운 조건.

문 실장은 각당이 차기정부와 차기국회에서 개헌하겠다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고,책임있게 약속한다면 개헌유보 요청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개헌 당론을 만들어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정당도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기우 원내대변인도 "우리당은 원내대표간 합의 중 18대 국회에 처리키로 한 부분에 대해 당론으로 정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며 국회내 개헌논의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내건 조건을 내켜 하지 않는 눈치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 발표는 정치권의 합의와 건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청와대는 개헌안 발의 의사를 조건없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론결정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차기 대권주자의 입장도 변수로 남아있다. 이처럼 정치권의 개헌유보 요청과 청와대의 조건제시 사이에는 미세한 시각차가 남아있어 이 문제가 말끔히 정리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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