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마당] 도한호ㆍ침례신학대학교 총장

▲도한호ㆍ침례신학대학교 총장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신문과 방송에 정치 기사가 가장 비중 있게 보도된다.

어느 나라든 정치 기사가 신문과 방송의 주요 지면을 차지하는 것은 상례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보도되는 것 같다.

언론에서도 실제로 국민의 관심이 그만큼 정치 문제에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성직자의 입장에서 정치 현실을 볼 때, 정치인들이 서로 약점을 찾아 비방하는 것이 도에 지나쳐 보인다.

교육적으로 판단력이 온전하지 못한 어린 연령의 청소년들이 그런 내용을 읽거나 들을 때 어떤 인격이 형성될 지 염려스러우며, 설혹 판단력을 가진 연령층이라고 할지라도 계속적으로 비방성의 부정적 보도를 접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인 인격이 형성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요즈음은 큰 선거를 앞두고 상대방 후보를 흠집내기위해서 증인을 동원하거나 양심선언을 하게하는 등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 돈을 받고 떳떳하지 못한 일을 행한 사람이 큰 선거를 앞두고 느닷없이 양심선언을 한 경우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과연 국민들이 그런 이들의 고백의 순수성을 믿어 줄 것인가. 우리는 돈을 받고 거짓 증언을 하거나, 또 그런 행위를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사회를 부끄럽게 하는 일인지 알아야겠다.

나는 기독교 성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이들 중에는 심심찮게 기독교 신자와 종교인들이 끼어 있다는 데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모르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 비방하면 그것을 듣는 국민들이 상대 후보를 외면하고 비리를 폭로한 이나 그런 이가 지지하는 정당을 지지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일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찾아 비방을 일삼는 정치인들은 발붙일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할 것 같다.

지난 선거 때 어떤 국회의원이 상대 정당 대통령 후보의 수백원에 이르는 선거자금 비리를 폭로해서 국민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그 비리를 규명하기위해서 국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조사했으나 사실무근임이 밝혀졌다.

비리를 터뜨린 국회의원은 국회 안에서의 발언이라 하여 무고에 대한 형사적 처벌마저 면했으나 국가는 예산을 낭비했고, 국민은 크나 큰 상실감을 얻게 되었고, 사회는 도덕적 혼미 속에 빠져들었다.

이 일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거짓 부정을 폭로한 그 국회의원이 그 선거에서 낙선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도 남을 비방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떳떳하게 발표해서 국민들의 신임을 얻는 때가 하루 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부활절을 기하여 교회와 신자들이 바로 이런 점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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