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줄 시앗 없다

기름 줄 시앗 없다

처첩 간 경쟁심리와 질투가 대단한 것은 뻔한 일. 기름이 음식 맛을 내는 최상의 재료인데 그것을 줘서 경쟁자를 유익하게 하겠는가. 첩이 본처를 돕는 경우가 결코 없다는 뜻이겠다. 남의 남편을 빼앗아 깨가 쏟아지는 재미를 보면 그 깨로 기름이라도 짜서 나누어 줄 법도 하건마는 국물도 없으니 결코 가까이 할 수 없으리라.

길이 아니거든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거든 듣지를 마라

옳은 언행을 하되,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상관할 것도 없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들. 『 "…한 말로 사람 직이는 연장이 좋더라 그것이고 남으것 마구잡이로 뺏아묵는 짓이 개맹인가본데 강약이 부동하기는 하다마는 그 도적눔을 업고 지고 하는 양반나리, 내가 무식한 놈이라서 다른 거는 다 모르지마네도 옛말에 질이 아니믄 가지 말라 캤고, 제 몸 낳아주고 키워준 강산을 남 줄 수 있는 일가?…"』

(박경리의 '토지')

기생도 늘그막에 남편을 얻으면 한 평생의 분 냄새도 없어진다

끝이 좋으면 다 좋으니까 모름지기 인생의 황혼기를 잘 정리하라는 말이다. 마음잡아 개장사 하지 말고, 인생을 개차반으로 살았던 사람도 심기일전하여 자중자애하면 저지른 과오도 다 묻힌다는 뜻이겠다. 기생도 화냥년도 오입쟁이도 서방질 하던 여편네도, 모두 끝을 선하게 마감해야 할 일이다.

김 개 겨울 가뭄에 딸 시집 보낸다

김 흉작이 된 겨울에 딸 시집을 보내면 더욱 고생스럽다는 말로, 설상가상이라는 뜻. 『 김 양식은 남해안 주민들의 삶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김 개 겨울 가뭄에 딸 시집 보낸다' 라는 속담은 겨울 가뭄으로 김이 흉작인 해에 딸마저 시집 보내어 힘이 든다는 뜻으로 김양식이 이들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이태원의 '현산어보를 찾아서')

김 빼고 초 친다

어떤 일을 하는데 힘을 빼놓는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 통합대상이 없는 이 마당에서 일방적으로 펼치는 통합주의는 혹 어렵게 시작하려는 생태주의와 농사에 희망과 용기를 주기보다 김 빼고 초 치는 결과를 낳는다.』

(천규석의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