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마당] 박영순ㆍ청주향교 전교

▲ 박영순ㆍ청주향교 전교
지난 14일 혼례가 있어 주례를 서기 위하여 사무실에 나와 신문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 눈시울이 졌다.

서로 부모를 모시지 않겠다면서 80代 노모를 길거리에 방치한 어느 몹쓸 남매들에 대한 기사였다. 경찰은 결국 이들과 사위·며느리를 존속 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할머니는 오히려 경찰에서"내가 오래 살아서 이렇게 됐다"며 "우리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너무나 한심하고 부모형제의 혈육을 모르는 것은 금수나 하는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우리들의 실체는 부모이다. 부모가 있으므로 오늘의 내가 있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다'라고 하는데 우리가 일상생활에 있어 백가지 행태에 효와 연결하여 생각하고 행동을 한다면 우리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모든 법규가 필요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민들레는 봄에 노란 꽃이 피고 이것이 다시 하얀 깃털이 되어 바람에 날려 종족보존을 위한자연의 섭리와 같이 부모와 형제자매는 천륜이고 사물의 도리이다.

그 누구든지 이 도리의 바른길을 부정 못 할 것이며 이길은 오상(五常)에 따라 인본을 중시하여야 한다. 성현의 말에 오형지속(五刑之屬)은 삼천이죄(三千而罪)인데 막대어불효(莫大於不孝)다.

이것은 오형에 속하는 죄가 3,000가지 이지만 그 죄가 불효보다도 큰 것은 없다고 했다고 하는 것은 효에 중요성을 다시한번 일깨울 수 있다.

정승 황수신은 고려말부터 이조초의 유명한 명재상인 황희(黃喜)의 아들이다.

그가 젊었을때의 이야기이다. 어느 예쁜 기생에게 반해서 공부도 집어치우고 집에도 잘 들르지 않고 거의 7, 8일은 그 기생의 집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황희는 백방으로 타이르고 꾸짖고 했으나 수신은 다만 아버지 면전에서만 "예, 예, 다시 안하겠습니다." 말할뿐 돌아서기가 무섭게 이내 기생의 집으로 달아나곤 했다. 그야말로 어리석고 못난 사람은 발전하지 못한다는 하우불이요, 실로 막무가내였다.

어느날 황희는 미리 수신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의관을 정제하고 밖에 나가 기다리다가 수신이 대문가까이 다가서자 마주나가 맞으면서 큰 손님으로 대접했다.

수신이 깜짝놀라 "아버님이 어인 까닭이십니까?" 하고 의아해 하자 황희는 태연히 대답하는 것이다. "내가 자식으로 너를 대해도 네가 처음부터 끝까지 듣지 않으니 이는 네가 아무래도 나를 아비로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 하는 수 없이 너를 손님의 예로 대접할 수밖에 없지않느냐" 하고 머리를 숙였다.

그래서 수신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수신은 머리를 조아려 눈물을 흘리면서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애걸했다.

이런일이 있은 뒤부터 그는 사랑하던 기생을 한번도 찾지 않고 아버지의 말을 명심하여 조금도 어기지 않을뿐 아니라 모든 일에 효성이 지극하여 전에 없던 효자가 됐다.

훗날 수신은 공부를 열심히 정려하여 세조때 영의정에 오르기도 하였다.오늘의 현실을 볼때 사람으로서 하여서는 안될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오늘을 살고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는 어진마음, 착한마음으로 효도하는 정신을 따라 修身齊家하며 사람이 가져야 할 덕목을 쌓으며 예의와 염치가 있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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