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에] 오성환ㆍ주덕현대의원 원장 전문의ㆍ고려대 의과대 외래 교수

▲ 오성환ㆍ주덕현대의원 원장 전문의ㆍ고려대 의과대 외래 교수
오래전 한 할머니께서 가족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아 왔다. 할머니는 나이가 86세로 아들 형제에 의해억지로 병원을 찾은 듯했다.

큰 아들 말로는 벌써 6개월째 허리와 무릎에 심한 통증으로 화장실 출입도 간신히 하신다고 했는데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셨다고 했다.

모처럼 작은 아들이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와 어머니 고집을 꺽고형제가 같이 모셔왔다고 했다.

진찰 결과 무릎에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물이 차 있었고 허리에는 노인성 디스크와 약간의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그리고 골다공증으로 통증이 수반된 상태였다. 쉽게 치료가 될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통증과 디스크 치료를 받고 퇴원 하셨고그 이후로도 병원을 찾아 오셨다.

그리고 잊은 듯 했는데 한참 만에 할머니께서 찾아오셨다.

이제는 통증도 없고 거동도 예전보다 나아져 살것 같다는 말을 하고 가셨다. 얼굴에는 예전에 없던 웃음도 자리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행복해 지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 내고 충족시키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그래서 남보다 공부도 많이 하고, 남보다 돈도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야단이다.

어떤이는 명예나 출세를 가장 귀중하게 여기기기도 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을 만날 때면 혹 다른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대와 사랑을 받는다고 착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럼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이가 없다. 건강한 것 이외에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치료를 받았던 할머니께서는 그간 아들 형제의 극진한 효성과 맛난 음식, 좋은 옷도 귀찮았다고 했다. 밤낮으로 허리와 무릎을 쑤셔대는 통증과 일어설 수조차 없는 관절염은 삶의 의미를 생각할 겨을이 없게 했다고 하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자도 귀찮아 지고 산해 진미가 다 성가진 존재였다고 하셨다.

얼마전 언론보도를 보니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서 이제 초고형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일하는 사람보다 은퇴한 연령층이 그 자리를 메꿔가고 있다고 했다. 모두들먹고 살기 바빠서 걱정하는 모습만이 들어온다.

이러한 가운데서 노인들에 대한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과 소외로부터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랜 동안의 진료 경험에 의하면 노인들은 늙어서 아픈것이 아니라 치료를 받지 않아서 아픈 경우가 더 많다. 몸이 쇠해서 당연히 아프고 통증이 심해 지는 것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병원을 찾을 생각을 아예 접어두고 있는 이가 많다. 자식들의 무관심도 여기에 일조하고 있다. 부모님이 아프면 병원에나 가보시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경우는 없었는지 모르겠다.

다가오는 가정의 달에는 부모님에게 좋은 옷을 선물하고, 맛있는 것을 사 드리고 하는 것도 나쁠것은 없지만 정작 건강을 챙기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다음달 가운데 하루만 꼭 시간을 내 부모님이 평소 통증으로 고생하셨던 곳을 진찰받도록 해보자.

그리고 옆에 꼭지켜서서 그분의 고통만큼 고마움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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