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이상건ㆍ배재대 외식경영학과 부교수

▲ 이상건ㆍ배재대 외식경영학과 부교수
얼마 전 국제로타리 클럽 행사관계로 태국 방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인천 국제공항에 갔다.

국제선 항공편에 대해서 액체, 젤류 및 에어로졸에 대한 보안통제지침으로 인해 면세점에서 구입한 주류도 예외대상은 아니었다.

게이트 내에는 출국자들이 투명 봉인봉투를 이용해 면세점에서 구입한 주류를 담아 가지고 다니는 모습이 제법 눈에 띄었다. 전에는 봉투 안에 담긴 물품이 술병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어떤 술인지는 식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액체폭탄 테러위협에 대비코자 마련된 보안통제지침 덕분에 누구나 쉽게 어떤 주류를 출국자들이 가지고 나가는지 파악할 수가 있었다.

기내에서 12년산 스카치위스키 시바스리갈이 한국인들에게 제일 인기가 있어 줄을 늦게 서면 구입할 수가 없던 때가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제는 출국하는 한국인들의 손에 와인 한 두병이 들려있는 것이 쉽게 눈이 띈다. 기내 음료서비스에도 화이트와인 및 레드와인을 찾는 승객이 상당히 많고, 항공사에 따라서는 샴페인까지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에게 서비스한다.

며칠 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항공여행객들이 소비한 와인은 107만병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형 할인점 및 백화점을 통해 판매되는 와인의 물량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 와인 시장은 IMF로 인한 1998년을 제외하고 1987년 이후 매년 두 자리 이상씩 증가해 오고 있으며, 2004년 와인소매시장은 소매가 기준으로 약 2500억 원대로 성장하였고, 2007년에는 4500~5500억원, 2010년까지는 1조원대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와인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요인은 우선 건강을 고려해 독주를 피하려는 주류문화의 변화라고 본다.

사실 적당한 레드와인의 섭취는 레드와인이 보유하고 있는 폴리페놀 성분으로 인하여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WHO의 연구보고도 발표된바 있다.

최근에 와인 전문점이나 와인바의 성장 그리고 와인교육기관 등의 활성화 등을 통해 짐작가능하다. 특히 국내 여성 음주자의 증가 또한 와인소비와 깊은 연관성을 찾아 볼 수 있다.

건강에 유익하면서 칼로리가 적은 와인은 음주에 관심 있는 여성들에게 최적의 주류라고 생각하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외적인 요인을 살펴볼 때, 몇 년 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에 이어 최근 미국과의 FTA협정 또한 국내 와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짐작된다.

즉,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질이 좋은 미국산 와인이 기존의 유럽와인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유통매장 및 와인전문점을 통해 판매되는 국내와인 가격은 아직도 일반 서민들이 마시기에는 비싸다고 생각한다.

여러 와인수입상 및 유통상의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현 국내 소매시장의 와인가격은 선진국의 2배~3배까지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 국내 와인 유통경로의 다각화 및 와인 시장 확대를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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