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강연] 정운찬ㆍ前서울대학교 총장

▲ 정운찬ㆍ前서울대학교 총장
한국의 내일을 논의하기 위한 출발점은 한국의 어제가 될 것이다.

건국, 6·25 전쟁, 경제 개발 5개년계획, 경부고속도로 건설, 석유파동, 교육평준화, 10·26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88올림픽, OECD가입, IMF 외환위기, 남북정상회담, 2002년 월드컵, 대통령 탄핵, 지난해 북핵 실험과 최근 2·13 6자 합의 등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하고 시련을 극복해 발전의 동력으로 삼았다. 건국 이후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민이 성취한 발전상은 20세기 인류사에 매우 특기할 만한 사건으로 많은 후발 국가들에게 특별한 모범이 되고있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은 하루아침에 돌변해 IMF체제에 들어갔고, IMF를 극복했다는 지금도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고 , 성장잠재력이 뚝 떨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정치적인 면에서도 제도적 민주화, 절차적 민주주의는 상당한 수준에 달했지만,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실천적 능력을 기르지 못했기에 그 이상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인 면에서도 양극화로 계층 간 대립이 격화되고, 정부가 만드는 사회안전망도 효율적이이 못하다.

이런 상황을 낳은 한국경제의 현안 중 가장 중요한 이슈는 투자부진, 양극화 그리고 한·미FTA일 것이다.

먼저 투자 부진은 한국 경제의 단기적·장기적 성장 능력 증대를 저해하는 핵심적 문제이다.

최근 10여년간 많은 대기업들이 투자는 하지 않고 돈을 쌓아 두기만 한 반면 중소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하고 싶은 투자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양극화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많은 것들이 불안정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어 축소지향적 행태가 일상화된다. 그러나 단순히 소득 재분배만이 양극화 해소의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양극화의 진정한 해소방법은 막힌 곳을 터주는 데 있다. '패자부활전'이 가능하게 누구나 지식·정보·자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어 사회적 이동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제 한미FTA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한미FTA 문제는 한국경제가 지구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와 관련해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제2차 지구화의 한가운데 놓여 있으며, 경제개방의 확대인 FTA는 불가피하다. 협상결과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나 이제 협상은 끝이 났다.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란을 거두고 협상의 결과를 냉정히 평가할 때이다.

정부와 국회는 개방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 사회안전망을 충분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에게 반드시 원칙과 기준을 세워 보상을 해야할 것이다.

이 문제들을 잘 극복한다면 우리는 강중국으로 도약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쇠락의 길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자본의 구축과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 구성원들 간에 공유된 기준, 규칙, 그리고 신뢰와 같은 사회 공동의 무형 자산으로 주어진 룰에 따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교육은 우리나라의 많은 현안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열쇠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교육애 대한 잘못된 가치관과 결과 평등주의 교육관으로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인재교육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에 자율성을 돌려줘야 한다. 대학에 재정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양질의 인적 자본을 확충하고 이는 기술자본의 확대로 연결될 것이다.

내일 강중국 국민이 되겠다는 우리의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교육적 처방을 제대로 실현해야 할 것이다.



이 기고는 정 전총장이 7일 충북대학교에서 가진 명사초청 옴니버스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정 전총장은 이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조건'이라는 주제로 우리의 정칟경제·사회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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